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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입씨름을 한다. 으레 주위에 구경꾼들이 새까맣게 몰려든다. 노려보기도 하고 고함치기도 하는 그 싸움은, 좀 심하면 멱살을 틀어쥐기도 하지만 여간해서는 완력으로 번지는 일이 없다.” 일본의 한 문필가가 한국인의 싸움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이어령(1934~2022)은 1963년 8월31일자 경향신문에 게재한 연재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15편에서 이를 소개한 뒤 “구경꾼들의 효과를 생각하며, 반나절이나 소비하면서도 삿대질이나 하는 우리 싸움”이라고 했다. 삿대질이 한국인의 싸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거론된 것이다.
삿대는 ‘상앗대’의 준말로, 배를 대거나 띄울 때 쓰는 장대를 말한다. 원래 삿대질은 삿대를 움직여 배를 밀어 가는 행위를 뜻하는데, 싸울 때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나 손가락 따위를 내지르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손의 움직임이 비슷해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본뜻과 무관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로 의미가 바뀌었다. 이런 삿대질은 상대를 무시하는 무례한 행동이라 싸움 걸 의도가 아니라면 안 하는 게 옳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손을 치켜들었다. 이후 삿대질을 했다는 비난이 일자 페이스북에 사진을 공개하며 “다섯 손가락, 참하게 모았다”고 반박했다. 손가락을 치켜세워 가리키는 게 아니라 손을 펴서 가리켰기에 삿대질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삿대질인지 여부는 그 행위에 쓰인 것이 손가락이든 주먹이든 손이든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행위 당사자의 의도에 달려 있다. 앞뒤 상황을 보면 배 의원의 뜻은 분명하다. 격앙된 목소리로 연설 도중 국회의장을 향해 돌아서며 ‘당신’이라며 손을 내지른 것이 삿대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자로 삿대질할 ‘화()’ 자는 손을 뜻하는 재방변(才)에 창을 뜻하는 ‘과’(戈) 자를 합친 글자다. 삿대질이란, 손으로 상대 얼굴에 던지는 창이라는 말이다. 배 의원의 박 의장을 향한 비판은 과거 국회의사당에서 들을 수 없는 수준의 독설이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대한 분노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품격도, 날카로움도 없었다.
차준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