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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건 학생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에 대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말이다. 이 발언을 담은 인터뷰가 보도되자 “성차별 문제를 외면한다”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관은 해당 사건을 구조적 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의 질의에 여가부는 지난 26일 ‘성별 대결 구도의 문제로 바라보지 말라는 취지’라고 짧게 답변했다.

김 장관이 ‘구조적 성차별 유무’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도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법과 제도는 상당부분 개선됐으나, 노동시장의 불공정성,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 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이 낮은 것은 알고 있다”고 모호하게 넘어갔다.

김 장관에게는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Neither Confirm Nor Deny)식 대응이 최선의 전략일지 모른다.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면 여가부 폐지의 명분이 약해진다. 부정하면 여론의 강력한 질타를 받을 게 뻔하다. 남녀 간 경제활동참가율, 임금 격차 등 자신이 논문에 기재한 ‘팩트’를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김 장관은 ‘젠더갈등’이라는 말을 쓴다. 공식석상에서 그 단어를 반복한다. 하지만 구조적·사회적 맥락을 담은 ‘차별’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젠더 이슈의 원인과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대등한 당사자가 충돌한다는 뜻을 내포한 ‘갈등’이라는 단어는 ‘여성과 성소수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현실을 지울 뿐이다.

김 장관이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정부가 실재하는 차별에 애써 눈을 감는 사이 더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차별을 차별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도리어 공격받는다. 김 장관에게 NDNC가 아닌 YES or NO의 답을 원한다. ‘장관님,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윤기은 기자

 

 

연재 | 기자메모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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