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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후 또 기자실을 찾았다. 취임 이후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특별한 용건은 없지만 기자들과 더 자주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추 부총리는 취임 후 두 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더 격의 없이 기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이유로 막내 기자들의 저녁 모임에 ‘깜짝 방문’을 한 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단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매일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을 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윗선의 소통의지가 아랫선까지는 아직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24일 기재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와 관련해 기재부 발표상 수치가 통계청에서 확인한 수치와 달라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취지를 설명하자 그 관계자는 “정부가 거짓된 자료를 발표한다고 기사를 쓰려는 것이냐”며 “경향신문은 편향된 보도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정부를 못 믿는 것 같으니 자료는 보내주겠다”며 통화 도중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영문을 묻자 그는 “경향신문은 여러 연구 중 낙수효과가 없다는 연구만 의도적으로 골라 인용하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기사가 문제였느냐”고 물으니 그는 “그간 쓴 기사를 보라”면서 “더 이상 통화하기 싫다”며 다시 한번 무례하게 통화를 종료했다. 보내주겠다는 자료는 오지 않았다. 사실상 취재를 거부당했다.

기재부는 3년 전만 해도 낙수효과는 없다고 밝혔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낙수효과 연구 보고서에 대해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감세조치는 소비·투자 등 지출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앞장서서 반박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낙수효과를 100% 확신한다고 한다. 그사이 달라진 것은 정권교체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지적하면 ‘편향됐다’며 취재를 거부한다.

불편한 질문 앞에서는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 이것이 ‘기재부식’ 소통인가.


이창준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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