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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연륜과 경험이 풍부한 지혜자들이 꼭 필요하다. 모질고 사나운 생각들을 씻어주는, 따뜻하고 정 넘치는 진짜 어른들. 송곳니의 예리함도 지니신 분들. 대립과 갈등 위에 화해와 치유를 선물해 주실 분들 말이다. 지금은 급속한 고령화·노령화 사회. 그러다보니 유력 정치인들도 대부분 닷곱장님(반쯤 장님이라는 우리말), 눈이 침침하신 분들이 거반이시다. 나이가 지긋해도 생각이 젊고 명료한 분이 계시는가 하면 수구 꼰대 소리, 갈등과 분열의 구닥다리 인물들은 참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유쾌하게 또 재미나게 나이 들어가면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어깨동무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로조 로젠블라트는 타임지에 가끔 기고하는 에세이스트인데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 있더라. “서른이 넘었으면 자기 인생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마라. 겉모습이 실체를 드러내 보여주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는 파고들지 마라.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외로운 것이 차라리 낫다. 거창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 넘치는 자리는 당장 일어나 도망가라. 아무 이야기나 책이 될 수는 없다. 학연, 지연, 경력을 따지는 사람을 가까이 말아라. 다른 사람을 개선하려고 하지 말라. 그에게 도움이 될지라도 말이다. 모두가 뜯어말리는 일은 하지 마라. 친절한 웨이트리스는 당신에게 마음이 없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과는 일하지 말라. 젊은 상사가 당신을 존경하리라 기대하지 말라. 명성을 좇지 않되 있으나마나한 존재는 되지 말라.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게 살면 어느새 남을 닮아가게 되어 있다. 휴가 때는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쉬어라. 무슨 일이든 돈 때문에는 하지 말라. 원래 목적을 항상 기억하라. 진짜 경기는 공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다. 모닥불은 불씨를 아래서부터 붙여라….”
아무 이야기나 책이 될 수 없다는 대목에선 전두환·이순자 회고록을 문득 생각했다. 숨쉬는 것조차 죄스럽고 감사해야 할 분들이 뻔뻔하기가 정말 말할 수가 없어라. 박근혜 회고록이 또 이어질까.
임의진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