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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시그널>이 있었다. 시간대가 다른, 그러나 같은 대한민국 공간에서, 과거의 사람이 미래의 사람에게 절박한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들은 기적처럼 접속한다. 그리고 그들은 공감하고 함께 힘들어 하고 함께 피흘리고 함께 문제에 직면하고 함께 굴복하지 않으며 함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한다.

시그널은 그런 의미였다. 접속 그리고 연대. 내게 시그널은 접속하라! 그리고 연대하라!는 의미다.

촛불은 다양한 시그널이었다. 이질적인 시그널들이 서로 교차하고 접속하고 단속됐다. 그것은 9년간 우파 정권하에 외로이 싸워온 노동자, 농민, 빈민, 철거민들의 투쟁에 침묵해오던 도시 중산층 시민들이 정권퇴진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이는 과정이었다. 딱 거기까지 우리의 시그널들은 모였다. 그리고 시그널은 역설적으로, 문재인이라는 대통령을 뽑아 성공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흩어졌다. 그리고 지금 새 정부가 만드는 드라마 <시그널>이 펼쳐지고 있다. 모두 그 시그널을 해석 중이다.

tvN 드라마 시그널

그러나 지금까지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너무 많이, 좋지 않은 시그널도 쏘고 있다. 그리고 과거로부터의 무수한 시그널들을 차단한다. 접속은 제한적이고 연대는 전면적이지 않다. 취임 초 대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일일극을 펼친 정부로선 이 공감력마저 확장 배양하지 않았다면 어이했을꼬 싶다. 누구는 이 감동의 시그널만으로도 족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권이 사회를 향해 쏘는 시그널은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너무 좋지 않은 시그널을 사회로 보내는 첫 번째는 갑을오토텍 사주 측을 변호한 박모 변호사를 민정수석실에 둔 것이다. 그리고 이 노조의 파괴 등에 이름이 등장하는, 로펌 김앤장 출신 신모 변호사에게 국정원의 중책을 맡긴 것이다. 그런데 우파 언론은 이 정부를 ‘친노동’ 정부라고 상찬한다! 그 노조 파괴 때문에 결국 자살에 이른 젊은 노동자 고 김종중의 장례식이 지난 22일 치러졌는데 말이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와 폭력적인 대상화에 대한 뒷담화를 버젓이 출판물로 내고 이것이 ‘남자’ 일반인 양 묘사하면서 여성도 남성도 불쾌하게 만든 사람을 의전행정관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 정권의 실세들이 이를 비호한다, 젊어서 한때의 치기어린 행동이라고. 그들의 변호론은 수많은 성폭행의 가해자들이, 혹은 판결이, 혹은 이 사회가 읊조리는 것과 유사하다. 거의 상식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강간공화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습기 살인’의 기업들을 변호한 변호사가 또 청와대에 들어갔다. 국가와 제도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방조하며 피해를 키웠고, 그 기업범죄를 옹호하고 법으로 보호한 변호사들이 있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죄없는 아이들과 부모들, 소비자들이 안았다. 그렇다면 이 기업범죄에 무심한 사회에 대해, 청와대가 지금 더욱 나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도 이런 사태를 방조·악화시키지 않을지? 나쁜 시그널이다.

그리고 광주항쟁을 기념하는 감동의 자리를 만들고 감동적인 연설을 했지만, 동시에 5·18 광주를 짓밟은 군부세력의 주모자 전두환을 “영도자”라고 기사를 쓴 기자 출신을 총리로 임명했다. 아무리 시대가 그러한들. 아니지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이길래. 신호들이 마구 서로 충돌하고 어색하고 나아가 도착적이다.

꼭 이런 시그널로 답했어야 하나? 과거로부터 오는 절박한 시그널에 이렇게밖에 감응하지 못하나? 결국 문재인 정부의 시그널은 보편적이지도, 철저히 인본주의적이지도 않은, 반쪽의 미완성 시그널, 아니 편향적인 시그널이다.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나는 단지 이 땅의 사람들이 잘못하는 대통령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조금은 사라지길 바란다.

진정성을 갖추라. 그 진정성, 과거와 현재의 아픔과 고통, 외로움들이 함께 접속하고 연대했던 그 시그널이 어떤 TV 드라마를 꽤 잘 만든 드라마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니 사회로 쏘아올리는 나쁜 시그널부터 걷어라!

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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