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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 중에 노름꾼, 사기꾼보다 ‘쎈 것’이 낚시꾼이다.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낚싯대를 부여잡고 바다나 강물을 꼬나보는 뙤약볕의 선수들. 좋으니까 그러고 있는 것이겠다. 청록의 시인 박두진은 ‘7월의 편지’에서 “바람, 바다가 밀려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그래 바다에 서면 냄새가 다른 것이다. 그것도 특별한 7월의 바다, 소금 냄새는 마치 길고도 진한 축제처럼 쿵쾅거리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물고기들 어룽대는 소리, 쿨렁쿨렁 아가미로 숨 쉬는 소리. 도마에 생선과 야채들이 놓인 해변의 집들. 깨지고 부서진 골목 계단과 큰바람에 살짝 넘어간 교회당 십자가에 앉아 똥을 싸는 갈매기들. 세족식을 하듯 짠물에 전 장화를 씻는 어부들. 어둑한 촉수 불빛 아래서 소주를 나눠 마시는 ‘깨복쟁이’ 동무들. 통발에 잡히는 게 물고기들만이 아닌 게다. 오래 묵은 이야기들의 성찬. 텃새처럼 내려앉아 물고기를 낚던 낚시꾼이 보따리를 싸서 일어날 때는 정말 ‘중대 결심’을 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무덤조차도 영원히 머물 곳은 이 지상에 없는 법이다.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밑밥 통만 들고 일어서는 어깨도 슬프거나 처지지 않는 것은 낚시꾼에게는 오직 내일이 또 있겠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인생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되겠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또 있으니 낙담하지 말라. 낮고 외롭고 슬픈 이름들이여. 오늘 잡지 못한 물고기는 내일 잡으면 되는 것이다. 서늘한 물살로 올라오는 물고기들은 언제나 내일이라는 깊은 물속에서 찾아오는 것이다. 어부가 던져놓은 통그물에 부모를 잃은 어린 물고기들, 밤새껏 울어서 강물도 바닷물도 마르지 않는 것이다. 물이 마르지만 않으면 물고기가 산다.
낚시꾼이 지나간 빈자리에 남은 노을 한 조각. 하늘 바다도 보고 싶어라. 문득 동해나 남해, 서해 어디든 훌쩍 다녀오고 싶다. 낚시꾼도 만나보고 싶다.
임의진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