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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30일 삼천포 1·2호기 폐쇄 후에도 58개가 남고, 7개가 추가 건설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마을엔 교황 특사로 알타미라노 추기경이 도착한다. 추기경의 임무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간 영토분쟁을 잘 중재해 교황청의 권위를 지키는 것. 양국 경계선에 사는 과라니족과 예수회 선교 사제들을 철수시켜야 했다. 각국 장수들과 추기경은 테이블 위에 지도를 놓고 머리를 맞대 경계선을 완성했고 만족한 듯 박수 친다. 영화의 다음 장면은 침략자들에게 학살당하는 원주민들의 참혹한 광경. 영화 <미션>의 이 장면은 음악과 함께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담론이 한창이다. 정부도 기업도 시민사회도 팬데믹의 아픔을 잊지 않고 전환점으로 삼으려고 안간힘이다. 특히 정부는 대규모 재정투자와 제도개선 병행을 통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해 융·복합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왕적인 권위하에 짓눌려 살아와서 그런지, 관이 민을 보살펴 주겠다고 하고 앞장서서 혁신하겠다고 하는데, 이 당연한 것들이 아직은 어색하고 낯설다. 해외동포들에게도 구호품이 전달되고, 한국계 입양인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다고 하니 안도감이 든다.
우리 정부가 뉴딜을 하겠다니 쌍수 들고 환영한다. 다만 혁신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법인데 과연 한국판 뉴딜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야 할까? <2050 거주불능 지구>가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다. 저자 데이비드 월럿 웰즈는 찬찬하게 팩트를 들어 기후변화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대량학살의 위기라고 정의한다.
너무 빨리 더워져서 예측 따위가 소용없는 살인적 폭염, 농산물 생산량 저하로 인한 빈곤과 굶주림, 지도를 바꿀 정도로 녹아내리는 빙하, 지금의 화재는 불장난 수준이 될 산불. 게다가 대가뭄으로 인한 수자원의 약탈과 전쟁, 마실 수 없는 공기, 코로나19보다도 전염성이 더 강하고 빨라질 바이러스들의 출현은 대침체나 대공황을 넘어서는 대몰락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경험하고 나니 과장이 아니라 현실감으로 떨게 된다. 이런 대목을 보자. “많은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산업혁명 이후 여러 세기에 걸쳐 쌓였다가 이제야 갚을 때가 된 도덕적 경제적 부채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 중 절반 이상은 불과 30년 사이에 배출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구의 운명에 그리고 인류의 삶과 문명을 지탱하는 지구의 능력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계산해 보면 앨 고어가 <불편한 진실>을 출간한 이후의 피해가 지난 수백수천년 동안의 피해만큼이나 막대하다는 뜻이다.”
엊그제도 여러 가지 뉴딜을 이야기하는 토론장에 다녀왔다. 많이 부족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혁신은 공무원들의 책상에서 나와선 안 된다는 것, 우리 영토 안에서만 이뤄져서도 안 된다는 것, 토목공사 따위로는 더더군다나 어림없다는 것!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언명한 대로 인류가 금세기 안에 멸종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확실하고도 무시무시한 기후재난을 앞두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중점과제엔 아직 기후재난 대비가 그림자도 안 보인다. 기후변화 대비는 다른 게 아니다. 살려달라는 거다. 이런 현실을 돌아보지 않고, 지금 누가 어느 책상 모서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나!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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