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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자력공학 기술력이 미국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가? 미국이나 그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획기적 기술을 지니고 있는가? 우리나라 원자력공학을 이끌고 있는 학자 대부분이 미국에서 공부한 것으로 보아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원자력발전 단가는 미국에 비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저렴할까?

미국 태양광기업인 퍼스트솔라는 이미 2013년에 미국 내 신규 원자력발전소 전기판매 단가의 23% 수준으로 전기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정부는 2016년 에너지 전망보고서에서 가격경쟁력이 없는, 너무 비싼 원자력발전의 미래 단가(미래에 기술이 발전할 것을 예상한)를 계산조차 하지 않았다. 태양광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미국 내 기업이 공급하는 태양광 에너지 단가는 올해 1분기에 2016년 대비 최대 30%까지 낮추었다. 기업이 손해 보고 팔 리는 없다.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원자력발전은 지속적으로 숨겨진 비용들이 추가되면서 단가가 상승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단가에서 간과하고 있는 발전소 해체 비용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미국이 계산한 원자력발전소 1기의 해체 비용은 영국이 사용하는 총 전력을 위한 태양광발전 설비 건설비용을 초과하고 있다. 사고에 대비한 보험조차 들 수 없는 가장 더러운 에너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해체 비용은 향후 누가 지불할 것인가? 이익을 본 사람들이 지불할 리 만무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스티글러가 1971년에 제시한 규제 포획이론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정부가 규제를 받는 집단에 오히려 포획당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규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업이나 특정 집단이 로비를 통해 공익에 반하는 규제나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손해를 유도하고 이익은 특정 기업 또는 집단에 돌아가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몇 년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생각하면 쉽다. 공익을 위해 비싸게 팔지 못하게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을 버리고 각종 복잡한 관계들을 설정하면서 싸게 팔지 못하게 법을 만들었다. 복잡하게 접근했기에 다양한 이견은 있을 수 있겠으나, 이 법이 공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함은 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 영업이익의 대폭 증가라는 결과로 증명된다.

기업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외면하는 정부의 대처는 유난히 환경분야에서 많이 나타난다. 정확하게 계산하거나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익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손해를 인식하고 공익을 위한 로비나 소송을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의 이익을 한 곳에서 흡수하는 특정 기업은 막대한 로비자금을 쉽게 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공정해야 할 바닥은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손해를 보는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정보 또한 대부분 이들의 관리에 놓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군가의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주변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더라도 현대과학으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가 그렇고 석면 지붕이 그렇다. 원전 주변의 방사능 유출 또한 그러하다. 청정한 지리산자락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려 사망해도 인근에 건설된 아스콘공장이 원인이라는 증명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설사 관계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들의 죽음이나 고통을 보상받거나 오염유발자의 처벌은 요원하다. 십 수명의 생명가치가 공장의 이익과 비교될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위험요인은 위의 사례와 비견될 수준의 피해가 아니라 재앙 그 자체이다. 특정 집단을 위해 국민이 누려야 할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원을 방해하는 정책은 지난 정부로 막을 내려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기술력은 원자력발전을 유지해야만 할 만큼 후진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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