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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최종설문조사가 다음달 13~15일 마지막 숙의과정인 합숙토론 끝에 실시된다. 이때 얻은 최종결과는 일주일 안에 권고안 형태로 정부 측에 제출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도중에 10일간의 추석 휴무가 있으므로 매우 촉박하다. 설상가상으로 공론화위원회의 업무 추진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 등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시민참여단 500명을 구성하면서 지역별·세대별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즉 원전의 당사자 지역인 울산지역 시민은 시민참여단 500명 중에 단 7명(1.4%)에 그치고 있다. 부산과 경남시민을 합해도 6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과는 거리가 먼 서울·경기지역 시민이 절반에 이른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정한 긴급보호조치 계획구역(반경 30㎞)에 살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주민은 400만명에 육박한다. 원전 때문에 직간접적인 고통을 받아온 해당 주민들에게 무작정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서울·수도권에 원전을 지으라”는 주민들의 절규를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로만 치부할 수 없다. 또한 시민참여단 중에는 50대 이상(45.6%)이 절반에 가까운 반면 19~39세는 32.2%에 불과하다. 원전의 설계수명은 60년 정도다. 원전을 사용하고 또 원전 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이는 기성세대가 아니다. 미래세대다.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균형있게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론화위원회의 소통 협의회 회의 과정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기관 등은 중립성을 도외시한 노골적인 친원전 홍보전을 벌였다. 이들 기관의 동원인력이 공론화위원회가 주최한 토론장에 참석하는가 하면 친원전 홍보물을 공공연하게 배포하기도 했다. 반면 반원전 시민단체들은 기계적 형평성 때문에 손발이 묶여 있다. 모처럼 시도되는 공론화 작업은 반드시 연착륙해야 한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삐걱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서슴없이 고치면서 진행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안고 있는 사안을 두고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는 과정이야말로 숙의민주주의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일정에 쫓긴다면 갈등요소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충분한 숙의를 위해 좀 미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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