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숨죽이고 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대출규제가 있었다 해도 거래량이 적어도 너무 적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는 위축돼 있지만 여전히 시중에는 유동성이 넘쳐난다. 부동산 시장 역시 아직 활황이다. 작년 오피스텔 매매거래금액은 13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 돈이 아파트 대신 ‘아파트와 비슷한 것’에 몰리고 있을 뿐이다.
공급자인 집주인과 수요자인 세입자 모두 치열하게 시장 분위기를 살피며 눈치를 보다보니 지금과 같은 역대급 거래절벽이 완성됐다. 과거 이와 필적할 만한 거래절벽이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초강도 부동산규제(2019년)라는 배경이 있었다는 점과도 비교된다. 부동산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래 눈치란 게 어찌해야 할지 난감할 때 살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대선을 눈여겨보는 이유도 이 같은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게 대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증시에는 이른바 ‘허니문 랠리’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왕왕 주가가 오르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은 어떨까. 통계를 뒤져보면 사실 대선과 부동산은 허니문 랠리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18대 대선은 부동산 침체기에 치러졌다. 선거일 직전 한 주간 -0.13%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대선 후 두 달여간 매주 평균 -0.11%의 가격 하락을 나타냈다. 반면 부동산 상승기였던 19대 대선은 가격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선거 직전 0.08%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이후 두 달여간 매주 평균 0.19%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상승폭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가격 흐름만 놓고 보자면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이제 막 하락장이 섰다. 앞선 두 차례의 대선 후 시장의 향방은 대선 자체보다는 기존 시장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었다. 추정컨대 대선 후 현재의 하락세가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시장에서 제기하는 여러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걷어내는 경우다. 대출을 풀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낮추고, 재건축초과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은 공약집에 나와 있다. 이번 20대 대선은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치열한 계층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겨우 폭등세가 진정된 부동산 시장에 선뜻 손을 대긴 쉽지 않다. 국민과 함께 이뤄낸 ‘K방역’으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폭등으로 지지율을 잃기까진 딱 석 달 걸렸다. 시작부터 난제를 안고 가야 하는 차기 정부 입장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도 넓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부동산은 ‘이념’의 문제도, ‘젠더’의 이슈도 아닐 것이다. 공교롭게도 먹고사는 문제가 대선 한복판에 걸렸다. 이제 다시 공약집을 들춰볼 때다.
송진식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