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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과 영상이 서울 광화문 등지에 설치된 역내·옥외 광고 전광판에 붙었다(사진).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흔한 ‘생일 광고’가 처음으로 대통령을 대상으로 이뤄지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사생팬’(사생활을 쫓는 팬)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신기하고 새롭다’는 반응도 나와 설왕설래했다.

전광판 생일 광고는 미국 뉴욕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튀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거리의 한 전광판에도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상영됐다. 그런데 사흘 뒤 같은 장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이 걸렸다.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코알라 사진과 합성하고, 조롱하는 문구를 단 비하 광고였다. 이 광고를 제작해 게재한 사람은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 생일축하를 보고 감명을 받아 사비로 광고를 했다”고 글을 남겼지만 조롱의 수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rf***는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와 노 전 대통령 혐오 광고가 비교할 대상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전광판 말고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혐오를 광고하는 것은 범죄 아닌가”라고 말했다. @st***는 “대통령의 생일축하 광고는 아이돌 팬심과 비슷한 것일 테지만 일베의 노 전 대통령 비하 광고는 ‘이건 좀 아니다’를 넘어서 상당히 뒤틀리고 어딘가 고장났단 생각이 든다”고 남겼다. @re***는 “타인을 혐오할 표현의 자유 따윈 없다. 자유 아니고 폭력이다. (전광판이) 나치 선전장인가. 창피하다”고 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해당 비하 광고를 낸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3만명 가까이가 서명했으며, 사태의 발단이 된 일베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요청에도 2만800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 관리업체에 대해서도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광고를 올릴 수가 있느냐”는 비난이 일었다. 광고대행사인 ‘빅사인 메시지’는 노 전 대통령 비하 영상이 걸린 점에 대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해당 전광판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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