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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가뭄이 심각하다. 도시농부들은 농장에만 오면 물을 주기 바쁘다. 참 희한한 것은 물을 주면 줄수록 땅이 더 딱딱하게 굳는다는 점이다. 물을 주었는데 작물이 더 가뭄을 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작물에게 물은 밥이 아니다. 작물에게 밥은 공기 중 질소다. 흙의 통기성이 좋아야 질소가 흙 속에 잘 들어간다. 그래야 미생물이 질소를 작물에게 먹기 좋게 고정시켜 준다. 그런데 물을 자꾸 주면 구멍이 막힌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원리와 같다. 구멍이 막히면 질소가 흙 속에 들어갈 수 없어 작물이 굶는다. 질소 거름을 주어도 흙 속에 구멍이 막히면 미생물이 활동할 수 없고 그러니 또한 작물이 굶는다. 거름을 많이 주었는데도 거름 결핍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물을 주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게 있다. 호미질이다. 풀이 없어도 호미질을 해주어야 좋다. 가뭄이 심하면 땅이 굳고 금이 간다. 이 금으로 땅 속 습기가 빠져나간다. 호미질을 해 주면 이 금을 막아주어 흙의 건조를 막아준다. 게다가 호미로 작물 주변을 긁어주면 통기성이 좋아진다. 흙에는 토양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습기 통로가 있다. 맨땅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축축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표토를 호미로 긁어주면 이 통로를 메워주거나 끊어주는 것이다. 물을 주는 데도 요령이 있다. 차가운 물을 바로 주지 말고 통에 받아두어 상온 상태가 된 물을 주어야 타격이 덜하다. 봄엔 곧 따뜻해지는 아침에 주고, 뜨거운 여름엔 시원해지는 해질녘에 주어야 온도차에 의한 타격이 작다.

뿌려준 물이 마르면 흙이 굳는다. 그때 또 반복적으로 물을 주지 말고 딱딱해진 흙을 호미로 긁어준다. 그러고 나서 물을 주면 좀 낫다. 아니면 물을 주고 나서 마르기 전에 호미로 흙을 덮어준다. 물 마르는 것을 막기도 하고 딱딱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더 좋은 방법은 분무기 노즐을 작물 뿌리 옆 흙에 푹 찔러 물을 흙 속에 직접 공급해주는 것이다. 초보 농부님들은 물을 너무 잘 주어 농사를 망친다. 꼭 명심하길 바란다. 물보다 호미질이 더 좋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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