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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 점검을 실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어제 “지난 2월 발생한 정전 사고의 원인이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설비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IAEA의 발표는 고리 1호기의 재가동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은 “IAEA의 안전 점검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IAEA의 안전 점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안전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증폭될 것이 뻔하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섣불리 재가동을 결정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7개국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IAEA 점검단은 한수원의 요청으로 지난 4일부터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주민들이 IAEA의 점검을 불신하는 것은 IAEA가 핵발전의 안전보다 핵발전의 필요성을 우선하는 기구로 보기 때문이다. 과거 굴업도와 경주방폐장 부지 등 국내 핵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에서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이번 점검단의 전문성과 짧은 현장점검 기간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IAEA의 안전 점검은 고리 1호기 재가동을 위한 요식적이고 형식적인 점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리원전 앞 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다했으나, 수명을 10년 연장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사고는 국내 전체 원전 사고의 20%를 차지한다. 지난 2월에는 외부전원 공급장치인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심각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최근 고리 1호기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자는 최대 90만명, 경제적 피해는 628조원에 이른다는 모의 실험 결과도 나왔다. 한수원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고리 1호기에는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IAEA 안전 점검단은 고리원전 1호기의 운전 연수 경과에 따른 설비 관리가 IAEA가 제시한 국제기준에 만족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의 폭넓은 안전조치는 우수 사례로 추천한다고도 했다. 한수원은 “IAEA가 점검 착수 전 두 달간 방대한 자료를 검토해 8일간의 현장점검 기간은 부족하지 않다” “IAEA는 모든 나라가 공인하는 원자력 안전 부문의 최고, 최후의 기관”이라고 해명했다. IAEA는 믿을 만한 전문기관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이 고리 1호기의 안전을 신뢰하지 못하는 한 재가동해선 안된다고 본다. 당장 폐쇄가 어렵다면 적어도 이들이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안전 점검을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이 아니라 국민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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