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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어떤 당의 후보만 되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들린다. 이런 지지도는 그 정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상대당의 급격한 몰락과 10여년 만에 멀쩡한 대통령이 국정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제발 좀 잘해달라는 애절한 염원이 지지도로 이어진 것이기에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땀 어린 희생과 노력으로 얻은 권력을 낭비해버리지는 않을지 불안하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대통령이 탄핵되니 마니 하는 얘기들이 오고 갈 무렵 그 당시 제1야당의 당직자를 사석에서 만날 일이 있었다. 대화 중에 현직 광역단체장에 대한 거취 문제가 나왔다. 그의 기반은 시민사회였기에 당내 세력은 약했지만,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경선을 이겨내고 연임에 성공하였다. 그를 두고 “다시 지방선거에 나온다면 염치가 없는 거지. 그 자리를 A도 노리고 B도 노린다는 얘기가 있는데”라는 얘기를 들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방선출직은 당내인사가 돌아가면서 차지하는 자리, 좀 더 높은 곳을 향하기 위해 거쳐 가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저급한 인식에 씁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난 4월1일부터 이틀간, 서울의 한 기초지자체의 지역언론에서 그 당의 예비후보 중 누가 그 지자체의 후보로 적당한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결과를 살펴보면, 상위 3인의 지지율은 C 19.1%, D 9.0%, E 8.6%였다. 아직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 조금이라도 호감이 가는 사람을 질문한 결과는 C 21.7%, D 5.6%, E 3.0%였다. 후보가 여섯 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C에 대한 지지도가 결코 작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C는 컷오프에서 탈락하여 경선에조차 나서지 못하게 되었다. 경선은 D와 E가 치른다.

여론조사가 절대적 기준일 수도 없고, 컷오프 과정에서 C에 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심사과정이 비공개여서 어떤 이유로 C가 탈락하였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만약 당의 지지율이 아직도 지지부진했다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지역에서 여론조사 결과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던 C를 경선기회도 주지 않고 쉽게 탈락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여겨진다.

재심을 청구한 C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정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가 문제가 된 듯하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구성원들의 정당, 구성원의 충성도를 저울질하여 자리를 내주는 정당, 그래서 공당으로 보기 어려운 당이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은 떡 주듯이 아무에게나 베풀 수 있는 하찮은 자리가 아니다. 주민의 생활개선을 위해서는 대통령보다도 중요한 자리일 수 있다. 그간 사리사욕만 채우는 선출직이 적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당해야만 했다. 어떤 기초지자체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공공매입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기도 하였다. 공공매입임대주택의 배정을 요청하고 입주자를 선정하는 권한이 기초단체장에게 있는데, 못사는 사람들이 자기 관할구역에 들어오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관심을 두지 않는 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들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주민자치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C는 중간지원조직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의 확대를 위한 활동을 오랜 기간 지속하여 왔다. 하지만 기초지자체의 협조가 없으면 주민자치의 확대가 어렵다는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초단체장에 도전하기로 다짐했다는 얘기를 2년 전에 들었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했었다. 우리 사회의 정치구조를 고려할 때 당내 기반이 없는 C가 경선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니 안타깝기도 하고, 다시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단체장을 꿈꿔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막막할 뿐이다.

<강세진 |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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