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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고 있는 일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이다. ‘딴전’은 ‘부리다’ ‘피우다’와도 짝을 잘 이룬다. ‘딴전 보다’ 대신 ‘딴전 부리다’ ‘딴전 피우다’로 바꾸어 써도 의미가 상통한다.

‘딴전’은 순우리말이 아니다. ‘딴전’의 ‘딴’은 ‘다른’의 옛말이다. ‘딴마음, 딴사람, 딴살림, 딴판’의 ‘딴’과 같다. ‘전’은 한자어로 가게 전(廛)을 쓴다.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를 말한다. 쌀과 그 밖의 곡식을 파는 가게를 이르는 ‘싸전’, 생선 따위의 어물을 파는 가게를 의미하는 ‘어물전’의 ‘전’이다. 허가 없이 길에 함부로 벌여 놓은 가게를 가리키는 조선시대 ‘난전’의 ‘전’도 마찬가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곧 ‘딴전’은 ‘다른(딴) 가게(전)’라는 의미다. 주된 가게 외에 별도로 마련해 놓은 가게, 본래의 가게와 비교하면 덜 중요한 가게를 가리킨다. 여기서 ‘어떤 일을 하는 데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나 행동’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딴전’과 같은 의미로 ‘딴청’이라는 표현도 널리 쓰인다. ‘딴청’은 주로 ‘부리다’ ‘피우다’ ‘하다’와 어울린다.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 덕에 둘 다 사전에 올라 있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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