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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 무렵 트위터를 시작했다. 7년간 운영했던 블로깅이 차츰 시들해지던 시점이었다. 지인 추천 방식으로 작동하는 페이스북, 동영상과 이미지 위주의 인스타그램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140자 이내로 글자를 제한하는 트위터는 짧은 글쓰기 연습에도 제격이었다. 책, 영화, 음반 위주로 트윗글을 등재했다. 지하철이나 음식점에서 부지런히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국내외 뉴스 위주로 트윗을 했다. 10여개의 뉴스를 연결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엄청난 분량의 뉴스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국내 정치인을 트윗해보았다. 직업정치가는 대중과 매체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의 트위터에는 정치적 소신을 강조하는 문장들이 경쟁적으로 올라왔다.

2018년 1월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글을 읽는 중이다. 팔로워가 무려 4600만명이 넘는 파워 트위터리안. 소문처럼 그는 하루 평균 7건이 넘는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연초부터 이란을 상대로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는 선동 글을 올리더라. 그가 이란을 최고의 문제 국가로 여긴다는 증거다. 천문학적인 원유 판매대금을 달러로 미국 금융기관에 유치하는 사우디와 달리 이란은 늘 껄끄러운 존재였다.

세계대전의 광풍에 시달렸던 유럽에 비해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평안한 나라이다. 진주만 사태와 9·11테러 정도를 제외하면 전쟁피해국으로 시달린 역사가 전무한 선택받은 국가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소련 붕괴 이후 군사적으로나 이데올로기적으로 견제세력이 없는 초강대국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군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무기수입국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정치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1975년 영화 <내쉬빌>을 보았다. 영화의 절반가량이 컨트리음악 공연으로 채워진, 음악영화 형태로 제작한 <내쉬빌>은 미국 정치현실의 민얼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음악가를 정치선전에 이용하려는 시도와 이를 거부하는 청중들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내쉬빌>은 테네시주를 무대로 백인득표율이 대선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트럼프의 트위터에는 백악관의 주요 정치참모도 예측하지 못한 폭탄 발언이 터져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조삼모사의 악순환이다. 처음 경험하는 대통령의 독설에는 언론과 대중이 반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나절이 멀다 하고 쏟아내는 거짓말과 협박성 트윗글은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한다. 트럼프가 노리는 낙수효과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왝 더 독(Wag The Dog)과 정치무관심형 유권자의 양산을 원한다.

영화 <내쉬빌>에서 중년의 여인은 이렇게 자조한다. 케네디 대통령 사망 이후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월남전 철수와 냉전종식을 추진하던 케네디 정부의 정치적 열망은 피격사건 이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무기업체와 결탁한 미국 로비스트, 정보기관, 보수정치인은 케네디의 반전사상과 평화정책을 반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케네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형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지난 1월20일은 트럼프 취임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미국산 트위터리안은 365일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던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언론과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고, 반이민정책을 독려하고,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지 않았던가. 그는 20일 트위터를 통해서 미국 300여개 도시에서 발발한 여성들의 트럼프 취임 항의시위를 폄하했다. 나홀로 미국을 외치는 트럼프는 앞으로도 트위터 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톰 니콜스는 저서 <전문가와 강적들>에서 정보화시대의 암울한 초상을 설명한다. 저자는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각종 뉴스에 대해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보의 진위와 배경을 분석하는 종합적인 능력은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이라고 꼬집는다. 물신주의를 섬기는 대통령의 트위터는 변함없이 성업 중이다. 오늘도 트위터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으로 환생한 헤르메스신의 낙서장이 등장한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 <음란한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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