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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공격하는 ‘국민의힘’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애초 국정감사 대상이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MBC가 비공개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여당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민주당의 프로파간다를 위한 ‘찌라시 보급부대’ ”라고 비난했다. 혹여 국민의힘 열렬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 거친 표현의 칼날이 결국 여당을 향할 것이라고 한탄하지 않을까.
집권 이후 MBC사장 퇴진을 요구하던 여당은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이후 공세를 강화했다. 미디어세상 필자인 이준웅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음성전문가가 해독할 수도 있고, 대통령이 한 발언이 뭔지 스스로 밝히기만 해도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인데 진실 규명은 뒤로한 채 MBC 탓만 하며 굿판을 벌이고 있다. 국정감사를 하던 여당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거친 표현을 한 것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건을 다룬 <PD수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건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판단할 영역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만든 PD수첩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반박하면 된다. 그런데 내용은 제쳐두고 대역 표시 등 부수적인 사안으로 시비를 붙을 뿐이다.
정부 여당이 전문가를 무시하는 일은 감사원이 2020년 종편 심사 과정을 감사하고 점수 조작 모의 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넘긴 일에서 이미 목도한 바 있다. 검찰은 일부 심사위원들을 압수 수색까지 감행했다. 심사위원장을 제외한 각계의 추천을 받은 12명의 심사위원이 양심껏 진행한 심사과정을 감사원이 감사한다는 것 자체도 무리다. 특정 언론의 심사 과정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설사 부족한 언론사라 하더라도 어느 누가 의연하게 낮은 점수를 줄 수 있을까? 재승인 심사의 무력화, 곧 언론사의 재승인의 영속화. 누구를 위한 감사고, 검찰 수사인가.
재승인 심사위원을 추천한 학계를 대표해서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지역언론학회가 감사와 검찰 수사를 중지하라고 성명을 냈다. 언론학계를 대표하는 학회들은 긴급 세미나를 열고 성토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참여한 토론자들은 ‘견제와 균형이 작용하는 심사위원 구성으로 정치중화적 공정성을 기하는 심사위원회 절차에 행정부의 권력이 직접 작용하는 통로를 만드는 것’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심사위원 참여를 꺼릴 것이고, 도구적 당파적 인사들만 참여할 것’ ‘특정 언론사와 관련된 심사의 문제’ 등 우려를 토해 냈다. 결국 집단 지성이 발휘되던 심사 과정은 이후 정치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여당은 기자회견에서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사장 해임을 결의하고 경영진 사퇴를 권고’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임명권자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 이사를 해임’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뒤집으면 방송통신위원장을 교체해서 방문진 이사들도 교체하고 이들이 MBC사장을 해임하는 시나리오가 읽히지 않는가? 공영방송 장악! 집권 초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압박했던 이유가 자명해진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민주주의 발전의 밑바탕에는 언론의 기여가 있고, 언론이 부족한 점이 있지만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와 언론이 맺는 관계의 핵심이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이 침탈되고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불행한 현실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권고가 정부 여당에 ‘쇠귀에 경읽기’가 되지 않기 바란다. 민주주의를 위해!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연재 | 미디어 세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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