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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영방송의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KBS나 MBC를 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공영방송을 정파적이라며 비난했다. 임기가 남은 MBC 사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KBS에는 감사가 시작됐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감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례적이다. 공영방송 사장이나 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정기 감사라 하지만 장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도 이례적이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중 점수를 수정한 심사위원들을 검찰에 넘겨 압수수색까지 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위원의 판단이 달라지면 새 심사지에 수정하던 것을 해당 심사부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점수지에 수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투명한 과정을 오히려 의도적 조작의 근거로 악용한 것이다. 이에 언론학계 연구자 306명이 공개적으로 서명에 참여하며 탄압에 항의했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MBC 기자를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공식 항의를 받았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항의성으로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이러한 항의에 대통령은 국익이라는 헌법 가치를 수호한 것이었다고 변명했다. 또 MBC 기자의 태도를 빌미로 삼아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100일 기자회견 때 불편이 있더라도 참고 계속 갈 것이라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의회의 다수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TBS의 재정을 지원하는 조례를 폐지했다. 돈줄을 조여 공영방송의 존재를 위협하고, 돈줄을 쥔 서울시와 의회 다수당에 굴복할 것을 요구하는 것 이외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YTN의 최대주주인 한전KDN과 주요 주주인 한국마사회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그럴 의사가 없다고 했던 한전KDN은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공적 기업이 소유하던 준 공적 기업 YTN은 사적 자본이 지배하는 사기업이 될 운명에 처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갓 반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언론에 적대적인 정부·여당의 행태를 언급하기에 정말 숨 가쁘다.

그런데 11월17일 열린 국민의힘 비대위원회 회의에서는 김행 위원이 국세청이 MBC에 520억원 추징금 부과 결정을 한 것을 언급하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퇴진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국세청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근거가 있다는 MBC의 주장은 별개로 치더라도, 그 세무조사 결과만으로 MBC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대주주의 이사진 퇴진을 주장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정치적 속내가 보인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김상훈 위원은 한 술 더 뜬다. MBC 광고 불매운동을 하는 ‘자유연대’ 사례를 언급하며 MBC에 광고하는 삼성과 대기업들에 광고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란다. 여당의 비대위원이 대기업에 협박을 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74년 유신체제 시절 대표 야당지인 동아일보에서 광고 중단 사태가 이루어지고 이에 굴복한 동아일보가 130여명을 해직하는 아픔을 경험했다. 중앙정보부가 개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식화되지 않았다. 부끄러운 사실이기에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의 비대위원이 공개적으로 대기업에 협박을 했다. 점입가경이다.

이제까지 진행된 정부·여당의 행태는 분명 언론 탄압이다. 그런데 헌법은 21조에 언론 자유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때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를 강조했다. 대통령이 언급하는 자유에 언론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헌법 수호를 외치며 헌법의 가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행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폭주가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한 헌법 수호를 위해 이제 행동하는 깨어있는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인가?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연재 | 미디어 세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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