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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지지여론이 77.5%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는 반응이 없다. 국민소환제를 진지하게 추진하겠다는 움직임도 없다. 국회에 국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안이 3건 발의되어 있지만,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지역구 관리만 열심히 할 뿐, 국회라는 헌법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설사 협상이 타결돼서 국회가 열린들 며칠이나 가겠는가?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심의를 한들, 여당이 생각하는 대로 결론이 나겠는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국회의 모습은 반복될 뿐이다. 지금 미봉책으로 ‘타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문제를 더 곪게 만들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정치개혁이다. 그것을 위해 필자가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국민들의 국회 불신을 걷어내려면 국회의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내년 예산부터 국회의원 연봉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리면 가능한 일이다. 현재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별표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월 101만4000원의 수당만 받아야 한다. 그런데 단서조항을 통해 국회규칙으로 수당을 올릴 수 있게 해놓고, 국회규칙에서는 다시 국회의장이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해놓았다. 이렇게 법규정을 변칙적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 맘대로 수당을 올려온 것이다. 수당 외에 별도로 받는 ‘입법활동비’도 월 120만원으로 정해놓았지만, 마찬가지 방법으로 올려서 국회의원 1인당 월 313만6000원씩을 받고 있다. 

국회의장이 한국 정치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다면, 자신의 권한으로 국회의원 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 수당, 입법활동비 등을 합쳐서 연 1억5000만원이 넘는 국회의원들의 ‘셀프 연봉’을 대폭 삭감한다면, 정치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반복적인 국회 파행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묻는 의미도 있다.  

둘째, 각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 지도부는 자유한국당과의 어설픈 타협 시도를 중단하고, 원칙대로 패스트트랙 당시의 국회 난동사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개혁에 뜻이 있는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힘을 합쳐서, 과감한 국회 특권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에서 사용하는 모든 예산의 영수증 첨부 의무화,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연봉을 결정하는 독립기구(국회감사위원회) 설치, 국회의원 징계건을 다루는 기구에 외부위원 절반 이상 참여 보장 등의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이 대안들은 2009년 국회의원들의 예산 부정사용 스캔들이 터졌던 영국에서 이미 도입된 것들이다. 영국 하원의원 46명이 사퇴하고 142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진통을 겪은 후에, 영국은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라는 독립기구를 설치해서 국회의원들의 예산 사용을 감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 기구에서 국회의원들의 연봉도 조정한다. 2015년에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했고, 올해 5월3일에 첫 번째 소환된 국회의원이 나왔다. 영국 하원에 설치된 윤리위원회는 7명의 국회의원과 7명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에서 출석정지 10일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자동으로 해당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 절차가 시작된다. 윤리위원회의 징계 외에도 법원 판결에 의해 구금되거나, 예산 부정사용으로 처벌받으면 곧바로 국민소환 절차가 시작된다. 소환 절차가 시작되고 6주 내에 유권자의 10%가 소환 찬성에 서명하면 소환이 이뤄진다. 소환 대상자가 억울하면 그다음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하면 된다. 이런 영국의 제도를 따라가기만 해도 대한민국 국회를 확 바꿀 수 있다.  

셋째,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 정당들은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려져 있는 선거제도 개혁안은 불충분한 점이 많다. 더 나은 방안으로 만들려면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절반짜리 ‘준연동형’이 아니라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추진하고,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전제로 의원 숫자를 증원하는 것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개헌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합리적 보수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개헌을 통해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확대, 권력 구조의 민주적 재편을 이뤄내야, 국가의 비전이 다시 세워지고 정치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일들을 논의하고 추진하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범국민 정치개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특정한 정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추진되면 시민들도 지지할 것이다. 특권 폐지-국회개혁-선거제도 개혁-개헌을 통해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정치개혁을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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