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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이상 대한민국의 행정부, 국회, 검찰, 사법부, 재벌, 지역적폐 세력을 감시해 오면서, ‘검찰다운 검찰’의 모습을 본 적이 많지 않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윤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고 중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설일 시간도 없다. 검찰다운 검찰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곧바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째, 정치부패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는 썩을 대로 썩어 있다. 국회 예산으로 지원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불법으로 사용한 20대 국회의원들이 고발되어 있다. 하지도 않은 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인쇄하지도 않은 정책자료집을 인쇄한 것처럼 꾸며서 세금을 빼낸 사례도 있다. 남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정책자료집을 낸 사례도 있다. 정말 죄질이 나쁘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과 11월에 11명의 국회의원이 고발됐지만 아직까지 시간만 끌고 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등의 사건에서 채용청탁을 한 국회의원들도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불법 농지취득(농지법 위반) 의혹도 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의 김영란법 위반 혐의도 있다. 

이런 정치부패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연루되어 있다. 이들을 수사·처벌하지 않고서는 ‘법 앞의 평등’을 얘기할 수 없고, 공정이니 공평이니 하는 말들도 사용할 수 없다. 현재 영등포경찰서가 수사 중인 ‘패스트트랙 당시 국회난동 사건’도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영장 청구와 기소에 들어가야 한다. 

둘째, 정경유착과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혹이 있는 재벌들에 대해 과감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 인보사 의혹은 물론이고, 재벌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 사건들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한 가지 예로, 영풍그룹이 낙동강 최상류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 최근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영풍그룹은 불법시설을 설치·운영하면서 카드뮴 등 유해물질들을 대량배출해 왔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치까지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실무자선만 수사를 받고 있다. 1300만 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서 재벌기업이 수십년간 저질러 온 조직적인 범죄행위이다. 그룹 핵심부가 모를 리 없고, 비호세력이 없을 리 없다.  

셋째, 과거 검찰이 은폐한 의혹이 있는 사건들에 대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 특히 고 장자연씨 사건은 당연히 존재해야 할 핵심적인 증거들이 사라진 사건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조선일보 전 사회부장이 작년 10월에 MBC <PD수첩>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한 건은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고, 아직까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조현오 전 청장에게 외압을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무고죄 수사가 진상규명의 입구가 될 수 있다. 또한 대검 진상조사단의 다수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특수강간 등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범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총장이 의지를 갖고 반드시 재수사를 해야 한다. 

넷째, 지역적폐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이뤄진 적폐청산은 주로 이전 정권에서 저지른 국가 차원의 적폐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에는 수십년간 누적된 적폐들이 흘러넘치는 상황이다. 각종 인허가, 예산, 인사 등과 관련된 비리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 지역이다. 그러나 지역검찰의 칼날은 이런 지역적폐들에 대해 무디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경북 영주시장의 처남이 뇌물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었었는데, 정작 영주시장은 수사조차 받지 않은 일도 있었다. 이런 식이니 지역의 부패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검찰의 자존심을 걸고 지역적폐를 뿌리 뽑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만으로 이 나라의 뿌리 깊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검찰은 검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까지 해 왔기 때문에 신뢰를 잃은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검찰은 혐의가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고 영장을 청구하면 된다. 아무리 국회가 방탄국회를 열어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이 상정되게 할 수 있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후안무치하게 동료의원 감싸기를 한다면, 그때는 국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 보더라도, 하반기 국회에는 다수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는 것이 정상이다.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검찰이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그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윤석열 총장의 역할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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