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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엊그제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안 원장은 즉각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안 원장은 벤처기업인들과 재벌 2·3세 모임인 ‘브이 소사이어티’ 회원의 일원으로 2003년 4월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안 원장은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과거 처신이 문제가 된 것은 탄원서 내용이 전형적인 친재벌 논리였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최근 낸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도 “(기업주의 전횡을)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힘주어 강연하는 안철수 원장
(경향신문DB)
이 사안 자체의 심각성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으나, 다시금 정치인의 검증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선을 4개월 남짓 남겨둔 현시점에도 안 원장은 명시적인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일전에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출마 여부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우리는 그가 공식 출마선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미 밝힌 바 있거니와, 다시 한번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거두절미하고 정치인, 특히 유력 대선주자의 검증이 중요한 이유는 오판으로 인한 불행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소홀한 검증은 유권자의 오판을 낳으며, 그것은 국민과 국가의 불행으로 직결된다. 우리는 그 생생한 사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보고 있다. 5년 전 그의 당선은 노무현 정권의 경제도탄론이 부풀려지면서 경제를 살릴 지도자란 이미지가 과도하게 부각된 데 힘입은 바 크다. 오늘 그 결과는 경제 살리기도, 도덕성도, 안보능력도 기대 이하란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화한다면 이는 후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안된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가혹하리만큼 철저해야 한다. 그 점에서 우리는 타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이 매우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우려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국민은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그의 정치철학과 정책에 대해 속속들이 알 권리가 있다.
또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될 생각이 있다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불확실성과 궁금증을 해소해 줘야 한다.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 서문에서 “정치참여 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므로, 내게 그럴 최소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의견을 경청하겠다고도 했다. 공감은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건가. 이런 식의 탐색전은 그만할 때가 됐다. 혹여 어떤 숨기고 싶은 약점이 있더라도 일찍 드러나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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