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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으로 3년 동안 MBC 사장 선임과 방송국의 경영을 관리 감독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을 새로 선임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 새로 선임된 9기 방문진 이사에 지난 8기 방문진 이사로 활동했던 김재우 전임 방문진 이사장과 김광동, 차기환 이사 등 3명을 다시 추천했다.
이들을 다시 방문진 이사로 추천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공영방송 MBC를 친정부 성향의 MB방송으로 전락시켜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김재철 현 MBC사장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지난 170일 동안 차가운 길바닥에서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개인적인 피해와 징계, 그리고 갖가지 탄압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맞서 싸운 MBC 노조의 눈물겨운 투쟁을 철저히 짓밟는 행동이다.
국회 문방위 출석한 김재우 이사장
(경향신문DB)
MBC의 운영과 경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김재우 전임 방문진 이사장은 노조의 파업으로 MBC가 파행을 겪고 있을 때, MBC노조의 파업을 정치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MBC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MBC 파업을 철저히 외면해 직무를 유기해 왔다. 나아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재우 전임 이사장의 이러한 수수방관과 직무유기로 김재철 사장은 사회적 비난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MBC 사장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임기를 반드시 마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삼류 막장 드라마 같은 비리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재철 사장이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그를 정권말까지 끌고가 올해 대선에서도 지난 4·11 총선 때처럼 온갖 왜곡 편파 방송을 통해 여당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의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의도는 김재우 전임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 2명의 재임명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편집 자율성과 공영성 말살로 공영방송 MBC를 망친 장본인인 김재철 사장과 함께 지난 8기 방문진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럼에도 이들을 다시 3년 동안 MBC를 관리 감독하는 이사로 재임명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태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을 우롱하는 태도다.
그런데 이처럼 새로운 방문진 이사 선임이 국민들의 공영방송 정상화 여론을 철저히 무시한 채 MBC를 기존의 MB방송으로 끌고갈 수 있는 배경에는 정치권이 방문진 구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는 독립적으로 방문진 이사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의 명단을 받아 임명하고 있어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함께 방통위에 방문진 이사를 추천하는 여야 정치권 역시 추천 과정에서 방송 관련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추천 대상자를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례는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이사 추천 과정에 방송분야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힘 있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에 의해 추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이 더 이상 정치적인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영방송의 독립과 공영성 확립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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