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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수정안을 어제 공개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의 수정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밝혔으나, 세월호특위 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거부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도 “참담하다”고 했다. 세월호특위와 가족들의 요구는 특위의 독립적·객관적인 진상규명 활동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정안을 보면 이러한 시행령으로 진실의 한 조각이라도 건져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해수부는 수정안에서, 세월호특위 정원을 시행령 시행 6개월 뒤 120명으로 늘리고 파견공무원 비중은 특위 요구대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특위 무력화 논란의 진원지가 된 ‘기획조정실장’ 역할은 그대로 둔 채 명칭만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꿨다. 특위 측은 그동안 독립성을 훼손하는 기획조정실장 자리를 없애고 각 소위원장이 소위 업무를 지휘·감독하도록 할 것을 요구해왔다. 수정안은 또 진상규명 작업의 핵심 역할을 맡을 조사1과장 자리도 파견공무원(검찰 수사서기관)이 맡도록 했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와 특조위원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시행령 철회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다섯 달이 넘도록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데는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 해수부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2월17일 넘긴 시행령안을 한 달 이상 외면하다 3월말에야 정부 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했다. 유가족과 특위 측이 반발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 전날 “시행령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지시했다. 하지만 해수부가 내놓은 수정안은 대통령 발언이 1주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한 ‘립 서비스’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시행령 수정안을 오늘 차관회의에 상정해 5월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정안 수준의 시행령으로는 “참사의 발생 원인·수습 과정·후속 조치 등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도록”한 모법(母法) 세월호특별법의 입법취지를 지켜낼 수 없다. 세월호특위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활동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정부가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하고 문제의 시행령안을 끝내 고집한다면 시민들은 묻게 될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는 일이 그토록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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