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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심리로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로서는 근 80년 만에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준 가해자 일본에 사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이 한국 땅에서 처음 열린 것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재판에서 “곱게 키워질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애먼 고문을 당했다” “일본은 한 번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 “너무너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법원은 조속한 판결로 ‘피고 일본’의 잘못을 가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민변대회의실에서 일본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마친 후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좌로부터 이용수,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 김정근 선임기자

이 날은 2016년 12월 제기된 이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다. 일본이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규정한 헤이그협약을 빌미로 송달된 소장을 거부하며 3년이나 시간을 끈 때문이다. 일본은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합의를 통해 해결됐으며 소송은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자국법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재판에도 일본은 출석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가 ‘일제의 강제에 따른 반인권·반인륜 범죄’라는 사실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역사적 진실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동의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가 이미 파기한 바 있다. 주권면제 원칙 역시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가 “청구권은 주권면제, 청구권협정, 시효 등의 절차적 이유로 제한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그런데도 협약 등의 뒤에 숨어 재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정상국가의 태도가 아니다. 일본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는 것이 맞다. 

법원은 이번 재판의 심리와 판결에 있어서 어떤 정치적 고려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증거와 법리로만 판결해야 한다. 사실 일본 사법부는 하급심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1998년 시모노세키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성적 강제는 여성차별·민족차별이며 피해를 방치했다”고 판결했다. 비록 항소심 및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바뀌었지만 이야말로 일본이 가해국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인식이다. 

현재 생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20명뿐이다. 고령인 이들의 삶은 기약하기 어렵다. 일본이 이들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도모할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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