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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무려 17건의 글을 내보냈는데 단순히 다른 사람의 글을 전한 경우도 있지만 조 수석 자신이 국내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도 상당수 있다. 조 수석의 여론전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은 비단 비판받는 쪽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경향신문 자료사진

조 수석이 직접 나선 배경은 이해한다.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한 것에 시민으로서 분노한다. 국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태도도 아쉽다. 겉으로는 초당 외교를 외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실패를 부각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와 청와대에는 시민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바로잡을 책무도 있다. 하지만 조 수석은 거기서 더 나갔다. 조 수석은 21일 국익수호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이런 와중에)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커녕 이에 노골적·암묵적으로 동조하며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전날에는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 입장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대단히 위험한 이분법이다. 지난 18일에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매국’이냐 ‘이적’이냐다”라고 했다.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친일파라는 말이 갖는 의미를 모르지 않을 조 수석이 이런 표현을 쓴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조 수석 자신이 비판하는 세력 쪽에서 ‘일본과의 갈등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청와대는 국정의 최후 보루로 민감한 현안에 전면에 나서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발언에 따른 역풍이 고스란히 청와대로 돌아와 국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참모들이 할 일은 진두에서 칼을 빼들고 독전하는 게 아니다. 일본의 공세를 이겨낼 면밀한 전략을 세우고 무섭도록 침착하게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일은 여당의 몫이다. 조 수석은 언행을 더욱 무겁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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