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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여야 의원 등 총 37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같은 대형 수사도 3개월 만에 마무리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지체된 수사였다. 검찰은 수사 규모가 방대해서 시일이 걸렸다고 하지만,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비록 ‘늑장 수사’란 비판을 받았지만, 검찰이 ‘동물 국회’를 연출한 의원 등 관련자들을 무더기 기소한 것은 고질적인 국회폭력에 철퇴를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당시 폭력사태를 총지휘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기소 대상에 포함시킨 판단은 평가할 만하다. 국회 선진화법 위반은 유죄가 확정되면 5~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중대한 범죄다. 4월 총선 공천 과정을 앞두고 더 늦기 전에 정치권 최대의 형사사건이 일단락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폭력사태의 주범인 한국당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황 대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라고 했고, 나 전 원내대표는 “명백한 정치보복성 기소이자, 정권 눈치보기식 ‘하명 기소’ ”라고 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 등 다른 사건에 대해선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하더니 자신들의 문제에는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런 오만과 이율배반이 없다. 그렇다면 평소에 그렇게 강조하는 ‘법치’는 도대체 어느 때 누구한테 적용되는 것인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국회 선진화법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야만적인 폭력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초유의 사태였다. 과거 ‘해머’로 상징되는 국회의 극한 대치를 막기 위해 2012년 여야 합의로 마련한 선진화법을 정면으로 짓밟은 것이다. 온 시민이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야당 죽이기’ 운운하며 또다시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기소된 것은 야당 탄압이 아니라 스스로 국회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소속 의원들이 기소된 데 대해 “기계적 균형 맞추기”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폭력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데 대해 방어적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억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검찰은 “(야당 의원들이) 회의를 방해한다고 해도 질서유지권으로 해소시켜야지, 자력 구제를 한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법원에서 따져볼 일이다. 이번 기소는 국회 선진화법 위반에 대한 첫 사법처리이자 국회폭력을 뿌리 뽑을 절호의 기회다. 법원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불법에 대해선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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