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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국민과의 대화’를 열었다. 방청객 300명이 국정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100분간의 대화는 TV 생방송을 통해 온 국민이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한 건 2017년 8월 출범 100일을 맞아 대국민보고대회를 한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역시 시민들의 관심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국민 삶 속에서 정부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일자리가 줄고 빈부격차는 커지고 유일한 성장동력이었던 수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되레 ‘마이너스 경제’를 체감하고 있는 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부동산 가격, 전·월세 시장 모두 안정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주 연속 상승 중이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나 자신감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유리한 통계만 볼 게 아니라 시장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재확인한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방송인 배철수씨 사회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패널들을 보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조국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하게 만든 점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을 통한 국정운영의 일대 쇄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정책에서 복지·외교·국방은 비교적 긍정적인 반면 인사와 경제는 부정평가가 뚜렷하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시민들은 여러 번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다. 인적 개편을 통해 국정의 고삐를 새롭게 죄고 각오를 다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인식과는 괴리가 느껴진다.  

남북·외교에 대해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GSOMIA 종료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희망 섞인 전망과 수사(修辭)만으로는 곤란하다. 지금은 의례적인 말 대신 구체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과 대안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날 대화는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질문이 흐트러져 대통령의 밀도 있는 답변을 끌어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야당과의 협치, 통합, 개각 등 국정 쇄신, 선거제 개혁 등 관심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미처 못한 질문을 모아 허리 높이에 이른 질문지를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 것이요, 문재인 정부가 할 일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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