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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8일 병영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범죄 특별대책 TF’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모두 29건의 성범죄 사건을 접수했는데, 성희롱이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제추행 11건, 준강간 2건, 인권침해 1건이라고 밝혔다. 가해자는 영관 장교 10명, 위관급 7명, 원·상사 7명, 중·하사 2명, 일반직 군무원 12명이었다.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은 20건으로 전체의 70%였다. 피해자 35명 모두 여성이었으며 그 절반은 여군 부사관이었다. 군 간부 중 최하위 계급인 중·하사가 성폭력 피해에 가장 취약하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성범죄 신고 자체를 가로막는 군 구조이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해봐야 소용이 없으며, 신고하려면 전역을 각오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직급이 낮을수록,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일수록 신고를 꺼렸다. 이는 신고된 성폭력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또 다른 문제는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조사·처벌은커녕 2차 피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간담회에서 여군들은 “누가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하라고 권하지 않겠다”며 눈물로 2차 피해 경험을 호소했다고 한다. 조사과정이 신속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 신원이 다 노출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더하니 군내 성폭력은 은폐되지 않을 수 없다.

TF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병 선발 과정에서부터 성인지 평가 항목을 반영하고, 성범죄가 온정적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징계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정책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TF가 지적했듯 성희롱 예방교육이 질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지휘관에 대한 성인지 교육이 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폭력 피해에 모범적으로 대응한 부대도 꽤 있었다는 TF의 진단은 지휘관에 따라 성폭력에 대한 대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성 지휘관들이 여군 부하를 기피하는 현실도 극복돼야 한다. 군대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성비 불균형 사회다. 이런 환경에 따른 권력의 우열이 군내 성평등을 방해하고 있다. 성희롱 없는 상태를 넘어 남성과 여성이 조화롭게 군 생활을 하는 조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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