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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고삐를 죄는 와중에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의원 반대’가 변수로 돌출했다. 오 의원은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오 의원이 실제로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사개특위는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없다. 이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무산을 뜻한다. 가뜩이나 자유한국당이 강력 저지 투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 의원 변수까지 불거져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오 의원은 그간 소신을 들어 패스트트랙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각자의 소신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양심과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면 뭐라 할 게 못된다. 그러나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민심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은 우리 정치의 오랜 과제이자 시대적 요구다. 검찰개혁은 개혁과제 1호로 꼽을 만큼 시민의 지지가 압도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긍정평가는 50.9%, 부정평가는 33.6%였다. 그게 민심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의안이 추인된 만큼 합의한 대로 추진하는 게 당에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며 “추인된 결과에 따라 집행할 책임도 원내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결국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교체하기로 했다. 선거제·검찰개혁의 대의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문희상 국회의장(테이블 오른쪽 두번째)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방문해 오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은 사퇴하라”며 고성을 질렀고, 국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문 의장은 “국회가 난장판이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완력으로 정치적 주장을 이루려는 반의회주의적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회의장의 비명은 시민의 외침과 하나 다르지 않다. 

한국당은 연일 장외를 맴돌며 극한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말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겠다고 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내라는 여론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사이 시급한 민생·경제법안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고, 추경예산안 처리도 난항을 겪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국회가 밤새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암담하기 그지없다. 이런 안하무인식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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