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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정치’는 어떤 명분을 갖다 붙인들 결국은 신념과 지조는 팽개치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양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배지’에 목숨 건 정치인들이 선거 때 유불리에 따라 당적을 옮겨 다니는 것은 한국 정치의 오랜 유전자다. ‘피닉제’(피닉스+이인제)로 불린 이인제 전 의원의 무시무시한 정당 족보가 웅변한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통일민주당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인제의 현란한 당적 이동은 세계 정치사에서도 유례가 없다. 통일민주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국민신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국민중심당-민주당-통합민주당-무소속-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현재가 14번째 정당이다. 두 번의 대선과 7차례 총선 도전 중 동일 정당의 이름으로 출마한 적이 없다. 당적을 바꾸면서도 20대 총선을 제외하고 앞서 6차례 내리 당선되는 생명력을 발휘해 그리스 신화 속 피닉스(Phoenix), 불사조란 영욕 어린 별칭을 얻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4월24일 (출처:경향신문DB)

‘피닉제’도 놀랄 만한 후생가외(後生可畏) 철새가 떴다. 대놓고 한국당행을 예고했던 이언주 의원이 “드디어”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광야에 선 한 마리 야수와 같은 심정으로”라며 끝까지 ‘영웅 놀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재선 이언주의 철새 행적은 벌써 찬란(?)하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배지를 달았고,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재선했다.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에서 모두 원내대변인을 역임한 이언주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에게 정치생명을 걸었다”며 국민의당으로 이적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되면서 이언주의 표변이 시작됐다. 이승만·박정희 미화의 선봉에 서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저주를 퍼부으면서 소위 ‘보수의 전사’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애초 바른미래당을 거쳐 한국당으로 가려는 “경유형 철새”가 맞았던 셈이다. 지역구(경기 광명)가 어려우니까 당(한국당)과 지역(부산)을 옮겨 배지를 보존하겠다는, 철새의 양지 본능일 터이다. ‘피닉제’ 계보를 잇는 ‘피닉주’의 탄생 여부는 유권자의 손에 달렸겠으나, 개인적으로는 피닉스로 불리는 ‘철새의 전설’은 이인제로 끝났으면 좋겠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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