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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어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이 ‘무늬만 특별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이들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한다고 한다. 그런데 유족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특별법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사태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 사람들이 유족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범죄 피의자처럼 감시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모욕·무시하는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일부 유족들은 실종자 조속 귀환을 위해 안산 단원고를 떠나 진도 팽목항을 거쳐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에 참석하는 750㎞ 도보 순례를 떠났다. 그런데 엊그제 충남 공주시 정안면 23번 국도에서 공주경찰서 형사들이 차량으로 미행을 하다가 유족들에게 발각됐다고 한다. 유족들에 대한 경찰의 감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단원경찰서 형사들은 5월19일 안산에서 진도로 가던 유족들의 뒤를 밟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붙잡힌 바 있다. 또 팽목항에서도 유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가 여러 차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유족들의 움직임을 불온시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의 못된 버릇이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절망스럽기만 하다.
여당 의원들의 막말도 도를 넘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사고를 조류인플루엔자(AI)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유족들로부터 “어떻게 희생자를 닭에 비유하느냐”는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은 유족들이 지지부진한 국정조사 진행에 분통을 터뜨리자 “내가 당신에게 말했느냐”며 언성을 높이는가 하면 시끄러우니 쫓아내겠다는 의미로 “경비는 뭐하느냐”고 조롱하기도 했다.
유족들에 대한 감시와 모욕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정부 당국자들이 대국민사과 등에서 보였던 참회의 눈물과 아름다운 언약들이 결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위선과 기만은 아니었는지 근본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어느 70대 일본인 할머니가 유족들을 위로하는 편지와 뜨개질로 만든 장미 250송이를 보내왔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씨와 정부·여당이 유족들을 대하는 자세를 번갈아 떠올리면 부끄럽고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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