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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여야 원내지도부와 처음으로 만났다. 3자가 논의한 것은 2기 내각을 이끌 인물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 8월 국회 입법 과제,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 해제 문제 등 이견이 있는 현안들이다. 그 때문인지 문서화하거나 명시적으로 공표할 만한 합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이번 만남을 평가절하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 과제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평가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동하면 반드시 합의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그런 전제가 있으면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되고 대화도 어려워진다. 합의 부담 때문에 만나지 않는 것보다 합의가 없더라도 자주 만나는 것이 낫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을 주목하고 싶다.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대화정치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2기 내각은 소통 거부, 국정 독주, 일방통행으로 요약되는 1기 내각에 대한 뼈아픈 성찰의 토대 위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검증한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면 1기 내각의 징후가 발견된다. 2기 내각의 성공을 바란다면 이런 징후를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명을 철회해 달라는 박영선 야당의 요청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참고하겠다”고 응답한 박 대통령의 후속 조치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느 것이 국정 불안을 차단하고 2기 내각도 원만하게 출범하는 길인지 고민해 보기 바란다.

“이쪽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뒷줄 왼쪽)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 우윤근 정책위의장(세번째) 등 여야 원내지도부와 악수한 뒤 먼저 자리에 앉도록 권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박 원내대표의 제안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도 조만간 만나야 한다. 견제와 비판은 건강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뿐 아니라, 기존에 드러났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것은 협력과 대화의 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 만나서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야당으로부터 들은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노력을 한다면 그게 왜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그런 자세여야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자제하고, 견제하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박 원내대표가 스카프를, 박 대통령이 시계를 선물하며 서로 작은 성의를 표했다. 자주 만나자는 의사표현이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야당을 자주 만나게 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야당은 어떤 의견일까’하고 한번쯤 더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그 정도만 된다 해도 1기 내각의 실패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더 많은 ‘야당 생각’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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