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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형법의 간통죄 처벌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간통한 상대방도 같은 처벌을 받도록 한 형법 241조는 효력을 잃었다.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내밀한 사적 영역까지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간통죄 처벌에 따른 사회질서 유지 등 공익보다 시민 개개인의 자유와 법익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재는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며 형벌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했다. 또한 “간통행위가 처벌되는 비율이나 사회적 비난 정도에 비춰 예방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실효성도 낮다고 봤다. 실제 간통죄 고소 사건은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고소되더라도 수사·재판 과정에서 취하되는 일이 많다. 기소된 경우도 실형 선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고소하려면 이혼을 전제해야 하는 만큼, 간통죄가 혼인제도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불륜 배우자에 대한 응징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국제적으로도 대만 등 극소수 국가에만 간통죄 처벌 규정이 남아 있을 뿐 대부분 사라지는 추세다. 사생활과 개인의 감정을 법으로 통제하는 일은 시대착오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241조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26일 서울시내의 밀집한 변호사 사무실들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_ 연합뉴스


앞서 헌재는 4차례 헌법재판에서 간통죄를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공공복리를 위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다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견해였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결혼과 성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시대상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으로 평가한다. 다만 일각의 우려도 외면할 일은 아니다. 간통죄가 사라짐으로써 성과 관련한 도덕관념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기혼 남성의 36.9%, 기혼 여성의 6.5%가 배우자 외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간통죄 폐지에 따른 법적·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불륜으로 파탄 사유를 제공한 배우자에 대해선 민사적 배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위자료 액수를 징벌적으로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특히 남성의 외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현실을 고려해 민법에서 성평등을 강력히 보장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간통죄 폐지가 혼인의 신성함을 저버려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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