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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정인의 민원 해결을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지역구인 충남 아산의 빙과업체가 롯데푸드에 팥빙수 등을 납품해오다 2010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에 걸려 거래가 중단되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업체는 2013년 롯데푸드를 공정거래위에 ‘지위남용’으로 신고했고, 이 의원은 지역구 일이라며 2014년 국감 때 롯데 부회장을 불렀다. 이후 양측은 7억원의 피해보상에 합의했다. 국회의원을 동원한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 업체는 2016년, 2018년에도 여러 의원을 통해 롯데 측에 ‘원유 50% 납품권’ ‘상품 포장권’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올해 국감을 앞두고 여러 차례 롯데그룹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국감이 9월인데 회장님을 증인 출석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 회장님에게 보고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3억원 정도에 합의를 보라”는 얘기도 나왔다는데, 이 의원은 “금액을 얘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증인 채택을 조건으로 한 이런 압박은 배임강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더욱이 협력업체에 대한 거래상 지위남용 의혹을 따지는 곳은 공정위이고, 공정위에 대한 국감은 보건복지위가 아니라 정무위 소관이다. 이 의원은 ‘식품위생 점검’이라는 엉뚱한 구실을 붙였는데, 대기업 총수를 불러 위생 점검을 따지겠다는 건 누가 봐도 지나치다. 

기업인도 법을 어기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다면 국감장에 불러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감을 악용해 민원해결이나 후원을 압박하는 행태는 ‘갑질’을 넘어 횡포로 볼 수밖에 없다. 증인 채택을 놓고 정치인과 기업 간에 뒷거래가 무성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정감사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여야는 2017년 기업인 등에 대한 마구잡이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증인신청 사유와 신청 의원 명단을 공개하는 ‘국감 증인실명제’까지 도입했다. 국회의장은 이런 행태를 ‘국회 갑질’이라며 자제도 당부했다. 한데도 무차별 증인 채택은 여전하고, 실명제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이런 ‘정치 갑질’에 암묵적으로 동의해준 복지위 여당 의원들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무리한 증인 소환을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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