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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개헌이 결국 무산됐다.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그 시한인 23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실무절차를 단축하면 시한을 오는 27일까지 늦출 수 있다고 하나 정치권 태도로 보면 6월 개헌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개헌 무산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 쪽으로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30년이 넘은 ‘1987년 헌법체제’를 시대변화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시민의 열망은 대단히 높았다. 그런데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던 여야 정당 모두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4년 가까이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개헌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될 처지다. 지난 1년간 정치개혁특위는 공전만 거듭해왔다. 개헌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고, 이런 국회를 지켜만 봐야 하는 시민의 마음은 참담할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제왕적 국회를 손보는 일이 더 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드루킹 사건’ 같은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국회는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을 내세워 국회를 보이콧하고 천막 농성까지 하고 있다. 개헌을 무산시킨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을 정치 쟁점화해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략적 계산이겠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개헌을 좌지우지하는 정당은 시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6월 개헌은 물거품이 됐지만 개헌 동력 자체를 꺼뜨려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이제라도 여야가 개헌 합의에 나선다면 올해 안에 개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자신들이 맞춰놓은 시간표에 응하지 않았다고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억지 논리”라며 “개헌의 동력은 분명히 살아있다”고 말한 것은 다행스럽다. 한국당은 ‘6월 개헌안 발의·9월 개헌’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 기회를 이대로 차버릴 수는 없다. 여야는 지방선거 이후 특정시점의 개헌안 일정을 도출하는 합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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