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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책임질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망발과 반민주의 퇴행이 난무하는 난장의 전대가 연출되고 있다. 제1야당의 전대가 태극기부대를 위시한 극우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한 꼴이다. 지난 1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 역시 ‘5·18 망언’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는 태극기부대가 판을 쳤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빨갱이” “너네 당으로 가라”는 고함과 욕설이 빗발쳤다. ‘5·18 망언’ 사과와 징계 조치에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박근혜 극복론’을 펴는 오세훈 후보, 5·18 망언을 공개 비판한 권영진 대구시장 등에도 막말을 퍼부었다. 연설회장에서는 ‘탄핵 부역자 나가라’ ‘문재인 탄핵’ 등의 구호가 물결쳤다. 표심을 노린 당권 주자들의 부추김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갈수록 극단의 우경화 목소리가 전대를 휩쓸고 있다.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오세훈·김진태·황교안 후보가 17일 서울 금천구 호서대 벤처타워에서 개최된 유튜브 토론회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당 대표 연설회에서는 5·18 망언을 성찰하는 발언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전대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태극기부대 눈치를 보고, 외려 당 대표 후보들은 앞다퉈 색깔론과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며 동조했다. 한국당의 퇴행적 우경화가 단순히 태극기부대에 국한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5·18 망언도 문제지만, 당 지도부의 어이없는 대처가 결과적으로 극우 목소리를 키우고, 당이 ‘태극기세력’에 포획되는 걸 자초했다. 당 밖의 국민이 아니라 당내 일부 극렬 지지세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역사적 퇴행과 극우정치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연설회에서 “저딴 게 무슨 대통령” “짐승만도 못한 종북 주사파 정권” “문재인 민족 반역자 처단”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공당의 전대 연설회에서 이런 망발과 반헌법적 발언이 나오고, 이게 환호를 받는 것이 한국당의 자화상이다. 극우의 망동을 제어하고 통제할 자정 기능, 리더십도 무너진 상태다. “일부 이상한 모습”(나경원 원내대표)이라고 치부하는 걸 보니 아예 문제의식조차 없다. 김병준 비대위체제에서 ‘박근혜 청산’도, 보수 혁신도, 인적 청산도 실패하면서 극우 세력의 준동은 예고된 결과다. ‘박근혜 옥중정치’에 휘둘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대 양상은 한국당이 태극기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보수에 사로잡혀 극우로 회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극우에 이끌려서는 한국당은 절대 바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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