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새 지도부를 뽑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됐지만 갈수록 극우 깃발만 펄럭이는 ‘퇴행’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은 14일 대전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15일 당 대표 후보들의 첫 TV토론회에 이어 17일 인터넷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늘은 전대 승부처로 지목되는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다. 연설회와 토론회에선 당의 비전과 정책 대안을 내건 건강한 경쟁은 찾을 길이 없다. 대신 철지난 색깔론을 위시한 이념 공방과, 전대 투표권을 쥔 책임당원의 다수를 차지한 극우 표심을 향한 선명성 다툼이 갈수록 태산이다. 당 재건을 위한 보수 혁신과 정책 경쟁이 사라진 전대 마당은 극우 세력의 잔치판이 되고 있다. 연설회나 장외집회 등에는 어김없이 태극기부대 깃발이 물결치고, 이들 표를 구걸하는 전대 주자들의 낯뜨거운 구애전만 넘쳐난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후보가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보수정당의 미래를 다투는 전대가 ‘누가 탄핵 대통령을 외면하지 않았느냐’는 어이없는 논란으로 처음부터 발목이 잡히더니, 극우 세력을 의식한 5·18민주화운동 모독 발언이 터지면서 완전히 길을 잃은 꼴이다. 옥중의 ‘탄핵 대통령’이 전대의 화두가 되고, ‘5·18망언’ 당사자들이 전대 주자가 되어 이를 활용해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게 한국당의 현주소다. 당초 ‘태극기부대 포용’을 피력했던 오세훈 후보가 뒤늦게 “강성보수로는 안된다”고 외쳐본들 울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른바 ‘배박(背朴)’ 논란에 긍긍하고, ‘5·18망언’마저 애매한 입장으로 극우 세력의 눈치나 보는 황교안 후보의 태도도 전대의 ‘역주행’을 가속시킬 따름이다.

오로지 여권의 잇단 악재의 반사이득으로 상승하던 한국당 지지율도 하락으로 돌아섰다. 5·18망언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당 내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까지 돌려세운 결과다.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비전이나 정책을 통해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보수 재건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표만을 의식해 ‘5·18망언’마저 옹호하는 극우 세력에 끌려 가고 있다. ‘컨벤션 효과’는커녕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저버리는 일이다. 오죽하면 한국당 내부(장제원 의원)에서 이런 통탄이 나왔을까 싶다. “끊임없는 보수 혁신과 개혁을 통한 외연 확대도 모자랄 판에 퇴행적 급진 우경화 현상은 보수 결집은커녕 보수 환멸을 조장하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