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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사법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뜻을 받든 것이다. 환영의 뜻을 표한다. 국회는 이날 무기명투표를 실시해 출석 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표차로 가결된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보수야당 의원들조차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대법원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3000여 법관들의 리더로, 대법관 13명과 함께 최고·최종심 법원인 대법원의 재판도 담당한다.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 등의 권한도 갖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막중한 임무를 앞으로 6년간 수행하게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초구 사법발전재단에 마련된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 출석 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연합뉴스

작금의 사법부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의 신뢰를 상실한 사법부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김 후보자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김 후보자는 무엇보다 ‘판사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양승태 사법부’의 적폐를 일소해 세계 최하위 수준인 사법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전관예우를 근절해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료화된 사법행정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도 중요하다. 사법부는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재판하지 않는’ 판사들이 장악했다. 경향신문이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 456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법원행정처 판사들은 100%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10명 중 8명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올랐다. 행정처 판사들은 퇴직 후 절반 이상이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갔다. 사법행정은 재판 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법원장 스스로 제왕적인 권력을 내려놓고, 대법원장의 사조직으로 전락한 법원행정처를 축소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체와 헌법재판관 3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50대 서울대 출신 남성 법관’ 일색인 사법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제청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세대·성별·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법원의 구성이 새로이 바뀔 때마다 해당 시기에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1월1일 임기가 끝나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임자 제청부터 그 약속을 실천했으면 한다.

헌법은 다수결이나 힘의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사법부에 맡겼다. 당연히 김 후보자도 약자 및 소수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최근 하급심에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되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모호한 기준으로 노동현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통상임금 사건의 판례 변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대법원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사법부는 시민 앞에 더 겸허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것처럼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구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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