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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이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고,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과 각 분야의 회담들을 열기로 했다. 남북은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도출한 합의들은 당초 기대를 넘어선다.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넘어 군사당국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한 것은 의미가 크다. 남북이 개성공단 전면가동 중단 때 차단된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남북이 전방위적으로 대화와 교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남측 평화의집으로 가기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남측 연락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_ 김기남 기자

물론 남북이 음력설 계기 이산 상봉에 대해 명시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회담이 10년 가까운 남북관계의 공백을 뛰어넘어 재개된 데다, 한반도 위기 상황을 맞아 문재인-김정은 시대에 처음 열린 대화의 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이산 상봉은 설 이후 얼마든지 다시 추진할 수 있다.

남북이 합의한 북측의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은 단순한 체육행사 참가를 넘어 10년 가까이 단절됐던 남북교류를 재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측이 밝힌 북측 대표단은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으로 대규모인 데다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1차적으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방문하는 것이지만 부가적인 활동도 예상된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 남북 당국 간 접촉이나 북 대표단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도 가능하다.

이날 남북 회담은 양측 수석대표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할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런 분위기는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회담에서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자”고 다짐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남측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자 리 위원장이 “미국과 조선의 문제”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등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진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비핵화 문제는 북측의 인식과 달리 남측도 당사자인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단절의 시대를 마감하는 첫발을 뗐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결단과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남북은 이번 회담 성과가 남북 화해의 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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