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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날인 어제 그의 친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는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의 초고층빌딩 ‘랜드마크 72’의 매각을 위해 중동 관료들에게 50만달러의 뇌물을 주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사법당국은 이들의 범죄를 매우 무겁게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의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반 전 총장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이고, 굉장히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뇌물 혐의로 기소된 뉴욕 연방법원에서 심문을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의 동생·조카 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건으로, 반 전 총장의 연루설이 계속 제기돼왔다. 2013년 자금 압박에 몰린 경남기업이 회사고문인 반기상씨와 미국에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는 그 아들 주현씨에게 랜드마크 72의 매입자 알선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카타르 관료의 가짜 대리인에게 속아 돈만 날렸다. 이 과정에서 주현씨가 경남기업에 제시한 카타르 투자청 명의의 인수의향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매각이 무산되자 경남기업은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국내법원에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6억5000만원을 배상받으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경남기업의 성완종 전 회장은 바로 반 전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인물이다.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반 전 총장을 후원한 것 때문에 자신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이런 관계인 만큼 경남기업과 기상씨 간 계약 체결이 반 전 총장과 무관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주현씨가 큰아버지인 반 전 총장과 카타르 국왕 간 면담을 주선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있다. 그런데도 반 전 총장이 이들이 기소되는 것 자체를 몰랐다니 믿기지 않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정치 신인이지만 그의 출발이 신선하지는 않다. 비전·정책은 따지지도 않고 충청권이 집권해야 한다는 지역주의는 구태일 뿐이다.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지지단체들의 모습에서도 신선함을 찾을 수 없다. 반 전 총장은 에둘러 말하는 애매한 화법으로 비판받아왔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일성으로 박연차씨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이라고 한다.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되어야 한다. 동생의 기소를 마치 남의 일로 치부하듯 해명한다면 그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의 산뜻한 출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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