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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우리나라의 법질서 수준이 낮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어제 법무부와 행정자치부의 새해 업무계획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들 부처의 성폭력·학교폭력 근절 정책 등을 평가하며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안전과 법질서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법치주의가 정착되면 외국 자본유치 촉진, 연간 300조원의 사회갈등 비용 감소가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 격으로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리는 황 대행은 안전이나 법질서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관저에서 엉뚱한 짓을 하다 300명이 넘는 생명을 잃게 한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그의 비선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진경준 같은 검사가 1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아챙기고 있었는데도 이를 묵인·방조한 사람이 누구인가. 전직 법무부 장관이자 총리인 황 대행이다. 박 대통령이나 김기춘·우병우 같은 청와대 고위 관료, 재벌은 법을 우습게 알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 지난 3개월간 전국적으로 1000만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를 생각해 보라. 전 세계가 한국 시민들에게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지만 불미스러운 사고 한 건 없었고 청소와 뒤처리까지 말끔하게 이뤄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1일 오전 국민 안전 및 법 질서 관련 부처 업무보고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사회 부총리의 뻔뻔함도 황 대행에 버금간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유통구조 개선, 공공요금 관리 등을 통해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으로 역대 최고 수준 고용률을 달성했다”고 박근혜 정부 지난 4년을 평가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그 난리를 친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지난 4년간 강도 높은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으며 교실 수업에서부터 우리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업무보고가 아니라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이창재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4년간의 업적으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마을변호사 등 황 대행이 법무부 장관 시절 추진한 정책을 나열했다. 업무보고인지, 상사에 대한 아부인지 구분이 안된다. 정부 업무보고는 사실상 주권자인 시민에게 하는 것이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다면 반성부터 해야 옳다. 국정농단 세력에 부역하고도 사죄는 고사하고 자화자찬하며 탄핵당한 정책을 강행하는 이들 공직자의 행태를 지켜보자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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