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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2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응하는 경제구상으로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자는 게 요지다. 한국당이 내놓은 4대 전략, 20대 정책과제에는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 은산분리 규제 합리화, 병원 영리화 허용, 상속세·증여세 개혁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이 담겨 있다. 탈원전 정책을 전면 중단하고, 부동산 용적률·건폐율 완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도 주장했다. 한국당이 그간 주장해온 기업·시장·경쟁 중심의 우파적 경제정책을 집대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국가 대계 차원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다.
한국당은 그러면서 203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구당 연간 소득 1억원을 이뤄내고, 중산층 비율 70%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7% 성장률,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경제규모 7위), 박근혜 정부의 ‘474 경제비전’(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과 흡사하다. 두 전임 대통령의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되레 이때부터 저성장·저고용으로 경제활력을 잃기 시작했다는 건 여러 통계가 입증하고 있다. ‘장밋빛 구상’이 공허한 구호에 그친 건 근본적인 경제개혁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재벌의 총수 일가에게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대표적인 적폐로 지목돼 왔다. 이런 재벌의 반칙을 바로잡겠다며 한국당도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들고나오지 않았던가. 노동개혁이란 명목으로 파업 기간에 대체근로 전면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를 주장한 것도 터무니없다. 경총 등 경영계의 요구만 반영했을 뿐, 노동권을 깡그리 짓밟는 반노동·반인권적 정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 발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첫선을 보인 ‘황교안표 경제정책’이다. 앞으로 외교·안보, 여성·청년 정책도 줄줄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잇따른 정책 발표는 대규모 집회와 삭발 같은 투쟁 일변도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용이 어떻든 제1야당이 비전과 정책을 내놓은 것만큼은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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