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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거대 군수기업과 정치권이 상호 의존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의 나라이다. 미국 군수기업은 영향력이 막강해 백악관과 정부를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 역할을 한다. 과거 무기를 생산하던 것에서 나아가 지금은 원자력발전과 금융, 석유, 식량, 정보기술, 언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총기 사고가 빈발해도 미국이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총기 생산 군수기업의 반발과 로비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악의 근원’으로 불린다.
경향신문이 지난 6월 개최한 경향포럼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장을 만났을 때 물었다. “군산복합체 관점에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무기를 파는 게 미국에 이익인가, 북한을 개방시켜 경제교류를 하는 게 더 이익인가.”
“질문 자체가 말이 안된다. 미국이 무기를 파는 건 동맹국의 군사적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이다. 이건 전략적인 문제이지 경제적인 문제로 보면 안된다.” 답변은 예상했던 대로 ‘거짓말’처럼 들렸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였다.
물론 북한 핵무기의 미국 공격 위협 등 전략적 고려 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히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이 경제적 득실 계산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북·미 협상이 시작된 뒤 북한 진출을 타진하는 미국 기업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시설을 공격했다. 수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 대신 펄쩍 뛴 것은 미국이었다. 이란 지원을 받은 반군이 드론을 동원해 공격했다고 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도 있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장전 완료”라는 표현을 써가며 언제라도 이란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음을 천명했다. 이란은 “최대 사기”라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발언은 이란과 예멘 반군을 공격할 무기 수요가 급증할 것임을 예고한다. 중동에 큰 시장이 열리게 됐다. 미국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군수기업 매출의 58%를 차지한다. 세계 3위 국방비 지출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무기의 61%를 미국에서 수입한다. 드론 공격의 위력을 실감한 나라들은 이를 막을 방법을 찾느라 무기를 구매한다. 당장 한국도 올해부터 880억원을 들여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레이저 빔 대공무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은 드론 공격과 방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군산복합체가 현 상황을 조성했을 수도 있다는 음모론이 나온다.
한쪽 진영에만 발을 디딘 채 보면 상대의 말은 모두 거짓이다. 미국은 이미 전쟁 상대로 이란을 지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이란의 해명은 거짓말로 치부할 뿐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뒤에도 거짓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구속된 조 장관 5촌 조카는 사모펀드의 사실상 운영자였고, 부인은 펀드 운용에 관여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조 장관은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고 했다. 딸이 고려대 진학 과정에서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의학논문을 제출한 사실도 검찰에서 밝혀냈다. 조 장관은 “논란이 된 논문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이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과거 데이터나 기록을 통해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지 추론할 수는 있다. 그런 식이라면 미국과 조 장관은 진실에서 멀어져간다.
진실을 감추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군산복합체는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장 확대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주변국의 무기 수요까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무력으로 상대방을 무릎꿇리는 과정에서는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와 난민을 발생시킨다. 이런 폐해는 정의로 포장한 특정 집단의 이익 앞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조 장관은 어떤가. 사법개혁에 매진해 성공한다면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을 세울 수 있다. 국가에 큰 이익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허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조국식 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는 점이다. 조국 찬성과 반대로 갈라선 국민은 온라인과 거리, 밥상머리에서 비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으니 국가적 손실이다. 조 장관 아내와 딸, 아들, 처남, 조카 등 집안도 풍비박산 지경에 처했다.
거짓말로 모두를 속일 수는 없다. 거짓말쟁이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자기최면에 빠져 진실인 양 신념을 갖고 거짓을 밀어붙인다. 거짓말이 다른 이들에게 미치는 폐해는 광범위하다.
<안호기 경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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