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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어제 승객이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구의역에서 20세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스크린도어에서 안전사고가 터진 것이다. 구의역 사고 후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다짐이 공염불로 드러난 셈이다. 김포공항역 사고는 승객 안전을 위해 도입된 스크린도어 전반에 대한 시급한 안전점검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후 스크린도어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307개 역사 중 101개 역사를 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김포공항역은 전면 교체 대상이었다. 출입문에 승객이 끼였는데도 장애물이 있으면 안 닫히던 출입문이 왜 닫혔는지 오작동 원인부터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하차 승객이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진 사고가 발생한 19일 오전 사고현장이 통제돼 있다. 연합뉴스

특히 스크린도어의 잦은 고장이 저가 낙찰과 공기 단축에 따른 부실공사 때문이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3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스크린도어를 도입하면서 예산 절감을 이유로 민간 사업자에게 시공·운영권을 맡기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지하철 운영체계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 안전과 협업보다 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성과연봉제가 몰고 올 위험이 이번 사고는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철도와 지하철은 기관사, 승무원은 물론, 정비·관제 등 15개 직종 직원들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네트워크 산업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정부는 안전과 직결된 업무까지 비핵심 업무로 분류해 외주화하고 인력감축에만 급급해왔다. 그 결과 구의역 사고처럼 원·하청 직원 간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개인과 부서 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성과연봉제까지 도입될 경우 안전문제는 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5~8호선 구간은 1인 승무구간으로 그동안 노조가 과도한 직무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지적하며 개선책을 요구해왔던 곳이다. 2인 승무제를 위해서는 연 10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이제 시민 안전을 담보로 한 성과연봉제나 인력감축을 강요하기에 앞서 세금과 요금의 합리적 인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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