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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주최로 지난 4일 열린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 방향’ 간담회에서 로스쿨 전형의 개선 방향에 대한 제언이 나왔다. ‘공익적 법률가 양성을 위한 입학·장학제도 개선’을 주제로 발표한 이재협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해가 갈수록 로스쿨 입학생들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나이가 어리고 (학력·학점 등의) ‘스펙’이 좋은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전형과 정성평가(定性評價)를 확대해 스펙이 좋지 않더라도 잠재력이 충분한 학생들에게 입학의 문호를 지금보다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타당한 진단과 처방이라고 본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다양한 교육적 경험과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법조인으로 키워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법학전문대학원법 26조는 “법학전문대학원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를 입학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며 ‘학생구성의 다양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로스쿨 도입 초기에는 입학생들의 전공이 다양하고 사회 경험을 갖춘 고연령자도 많았으나, 갈수록 대학 학부를 갓 졸업한 ‘고스펙자’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해력과 암기력이 뛰어나 변호사시험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로스쿨 측에서 이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젊은 고스펙자들이 로스쿨을 점령하고, 변호사시험을 더 쉽게 통과하고, 나아가 검사나 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 더 많이 임용된다면 법조계 풍경은 어떻게 될까. 학력과 경력이 비슷하면 갖고 있는 생각도 비슷해지게 마련이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의 색깔이 획일화할 경우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질 우려가 생긴다. ‘다른 삶’을 살아온 법률소비자들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도 어렵게 된다.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로스쿨의 문호를 더 열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로스쿨은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지,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수험학원이 아니다. 본말이 전도돼서는 곤란하다. 서울대는 물론이려니와 다른 대학 로스쿨들도 입학전형 방식을 개선하여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법학적성시험(LEET·리트)과 대학 학점 등 정량적 평가지표 외에 사회활동과 경력, 도전정신 등 정성적 평가지표 반영을 확대하거나 별도 전형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법률서비스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법조인 집단의 다양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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