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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롯데그룹 총수 신격호 총괄회장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고, 11개 계열사의 주식 소유 현황 역시 사실과 다르게 신고·공시한 혐의를 확인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총수와 그 일가 등이 보유한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 공시해야 하는데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위법을 확인했어도 롯데그룹 또는 신 회장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 주식 소유 현황 허위 공시는 공정위가 법인당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전례가 없다. 기업집단 자료 허위 제출과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는 고발하면 각각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 최대한 강하게 처벌하더라도 신 회장과 계열사 입장에서는 소액의 과태료나 벌금을 내면 그만이고, 그룹 지배구조는 달라질 게 없다.
공정위는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총수 일가가 2.4%라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롯데그룹뿐 아니라, 모든 재벌의 공통적인 지배구조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대 그룹 총수 지분율은 0.9%, 총수 일가 지분율은 2.7%에 그친다. 특히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0.04%, 총수 일가는 0.4%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한다. 공정위의 이번 성과는 롯데 지분구조를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하고, 지분 내역을 허위로 제출·공시한 혐의를 찾아낸 것뿐이다.
롯데그룹처럼 소수 의결권만으로 총수 일가가 수많은 주주와 직원이 관계된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한국의 재벌 지배구조는 분명 개혁의 대상이다. 그래서 재벌개혁은 늘 경제민주화의 첫번째 항목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소관 법률과 제도를 개선하는 공정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벌개혁은 주주와 하도급 기업, 노동자 등 시장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활성화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가능하다. 예컨대 기관투자가는 사외이사를 추천해 기업을 견제·감시하고, 경영진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주주대표소송을 활성화하는 등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는 상장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상장 후 주주에게 경영 내용을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통로를 만들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벌에 대한 시장의 압력을 높이는 게 재벌개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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