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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오찬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청와대 회동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개월간 국회 상황을 보면 ‘어느 국회가 이렇게 어려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말마따나 그간 국회 상황은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야당은 갓 출범한 새 정부 국정운영에 힘을 보탰다기보다 그 반대였던 게 사실이다. 새해 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문 대통령이 다시 협치의 손길을 내민 것은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국의 실타래를 풀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은 눈앞에 다가온 평창 올림픽과 남북대화, 2월 임시국회에서의 민생·개혁입법, 개헌, 권력기관 개혁안 처리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6000여건의 법률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적체돼 있다. 지난해 말 어렵게 시한을 연장한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위와 사법개혁특위는 아직 본격적인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의 종합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야당 반대로 언제 입법화될지 알 수 없다. 문 대통령 경제정책의 핵심인 혁신성장을 지원할 규제 샌드박스 도입 법안 등도 처리가 시급하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치가 필수다.  

문 대통령은 누누이 협치를 강조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의 직접 소통은 지난해 9월 청와대 회동 이후 중단 상태와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취임 후 야당을 찾아가기도 하고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대해 식사도 했는데 이게 ‘물 지나간 자리’같이 어떤 성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강에 배 지나간 자리처럼 손에 쥘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미숙한 협치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새해에도 여소야대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여야가 강경대치해 국회가 막히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문재인 정부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에 재시동을 건 것은 바람직하다. 대통령 지지도가 70% 안팎이라고 독주는 금물이다. 주요한 민생·개혁입법을 2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한다는 각오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기 할 말만 하는 것은 소통도, 협치도 아니다. 꽉 막힌 여야 관계가 정상화하고 본격적인 협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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