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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어제 검찰의 세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예고한 대로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구인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넘어오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또다시 체포동의안이 정국의 뇌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이 물증을 갖고 있으면 기소하라. 그럼 재판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선 경선자금으로 파이시티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직후 갑자기 소환을 통보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물타기용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를, 그것도 국회 회기 중에 소환하면서 사전에 일정조차 협의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더욱이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 시점이니 오해의 소지가 크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ㅣ 출처:경향DB
사정이 이러함에도 여론은 민주당과 박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박 원내대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다. 단 한 차례라도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결백을 주장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게다가 이해찬 대표가 “다음달 3일 국회 회기가 끝나면 주말인 4일부터 ‘8월 국회’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방탄국회’ 논란까지 보태졌다. 새누리당이 7월 회기 내 체포동의안 처리를 벼르는 까닭이다. 박 원내대표가 자진 출석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이미 실기한 점이 유감스럽다.
상황이 복잡할 때는 순리에 따라야 한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본회의 상정에 반대하거나 표결 시 부표를 던질 권리가 있다. 다만 법절차와 시민적 상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다. 7월 회기 내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등 할 일이 많은 만큼 8월 임시국회는 열어야 한다. 대신 7월 국회 폐회 이후 간격을 둠으로써 방탄국회 시비를 차단하는 것이 옳다.
검찰도 박 원내대표 수사를 꽃놀이패로 여기며 즐거워할 일만은 아니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야당 원내대표의 강제수사에 집착하는 것은 ‘조직 보호’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과 검찰 모두 상식적·합리적 판단을 했더라면 이토록 소모적인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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