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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어제 긴급 언론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 안보실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초 보고시간이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0분이었는데 6개월 뒤 이를 오전 10시로 30분 늦춰 보고서를 재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전 정부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무단으로 개정변경한 자료도 나왔다고 한다. 박근혜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에 부실 대응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후에 조직적으로 기록을 조작하고, 법규를 무단 수정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재난사고에서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했으니 30분 늦춘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30분은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때로 1분, 1초도 흘려보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다면 희생자 상당수를 구출할 수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에 최초 보고를 받았고, 10시15분에 첫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침몰 상황을 접하고 45분 뒤 구조지시를 하고도 15분 만에 지시를 내린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3개월 뒤인 2014년 7월 말 국가위기관리 지침 중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고 바꿨다. 법제처장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고쳐야 하는 대통령 훈령을 무단 수정했다. 세월호 사고 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니고 안전행정부’라고 주장한 것에 맞춰 법규를 고친 것이다. 일개 사기업도 해서는 안될 일이 국정의 최고사령탑에서 저질러졌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안을 심각한 국정문란 행위로 보고 수사의뢰하겠다는 청와대 판단은 온당하다. 기록 조작은 왕조시대의 국왕도 감히 하지 못했다. 이번 조작 사건의 발표 시점과 배경에 토를 달 여지가 전혀 없다. 다른 어떤 조작이 또 있을지 모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법재판관 다수는 세월호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까지 묻기 어렵다고 봤지만, 그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국정농단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김관진 안보실장 등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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