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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대의원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에 실패한 이후 두번째다.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참여 안건을 상정도 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노동계의 중요한 축인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사회적 대화기구의 온전한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화의 길을 스스로 차단한 민주노총의 행보가 안타깝다.

당초 민주노총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 방침을 대의원대회에서 추인받으려 했으나 내부 반발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대화기구 참여를 통한 협상과 조직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구성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경사노위 참여 반대파들은 민주노총이 ‘정부의 들러리’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방증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노동 현안에 대한 여러 의견과 해법이 제시됐다. 민주노총 지도부로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 복귀가 무산되면서 파업이나 집회와 같은 투쟁 전략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포기하면 안된다. 자칫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줄곧 민주노총의 대화기구 참여를 독려해왔다. 지난 2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민주노총의 대화 참여를 중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 무산은 당혹스러운 소식일 수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경사노위를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제 이원화 등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한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 침체를 빌미로 재벌개혁과 노동존중 정책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은 정부의 노동개혁 후퇴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에 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얼마나 대화의 장을 조성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에 상관없이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로 경사노위가 진행된다면 정부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정해놓은 뒤 경사노위를 거쳤다고 노동계를 압박한다면, 이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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